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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준 Jun 04. 2020

조화와 변혁

그리고 초록색 아저씨

이 말은 읽을 때마다 가슴에 울림이 있다. 조화와 변혁. 이렇게 멋있는 삶의 테마가 더 있을까. 이전 글에서 썼던 자아실현과 공동체기여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지만, 이것보다 난 조화와 변혁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자아실현과 공동체기여는 나 개인의 만족이라던가, 공동체를 위한 나의 행동에 가깝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보다는 개인의 단위에 초점을 두는 뉘앙스가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조화가 있으며, 동시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변혁을 추구하는 것에, 나는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싶다.


여기서 잠깐 내가 최근에 빠진 아티스트를 한 명 소개하자면, 밴드 키류(己龍)의 기타리스트 쿠죠 타케마사(九条武政)이다. 이 사람은 정말이지 유니크하다. 얼핏 보면 조금은 바보 같고, 자유분방하고, 독특한 말투의 일본어를 구사하고, 몸치이고, 멤버들에게 괴롭힘 당하기도 한다. 편하고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이다. 


출처: https://twitter.com/kr1216_takemasa/status/1126729740050501637


https://www.youtube.com/watch?v=y-oe58MI9uI

밴드 내에서 각자의 악기와 파트를 섞어보는 파트체인지 기획이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쿠죠가 "저 사실 어릴 적 꿈이 가수였었기에 보컬 해보겠습니다"하면서 "야호!!"하는 신나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 정말 재밌구나 싶었다. 본방에서 특유의 몸치, 그리고 특유의 눈웃음이 나름대로 입덕 포인트.


https://www.youtube.com/watch?v=ILL2_jPhOag

이처럼 바보 같은 쿠죠지만, 기타를 들기 시작하면 사람이 확 바뀐다. 해석하면 쿠죠가 다른 멤버들에게 몰카 기획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멤버들이 쿠죠에게 몰카를 기획한다. 라이브 마지막에 쿠죠 몰래 세트리스트에 없는 곡을 진행하는데, 이를 알지 못한 쿠죠가 귀엽게 당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끝에는 멤버들이 몰카임을 설명하고, 기왕이니 쿠죠가 메인인 곡인 바사라를 연주하고 마무리하자고 제안한다. 쿠죠는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하며 바사라의 기타 인트로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방금까지 당황하던 초록색 아저씨가 기타리스트 스위치가 들어가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 간지나게 바사라를 연주하는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IyN9GnRyCF4

기타가 다르면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나름의 코드 진행에 대한 렉쳐까지 해준다.. 평소에는 조금 모자라 보이는 이 사람이 나름 전문 장비도 많고,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프로페셔널이다. 쿠죠가 자주 하는 입버릇이 "음악 최고구나!"인데, 이처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부심과 프로 의식이 있다는 점은 정말 멋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RjZ_VwRDsY

집안 사정으로 밴드 그만둘지까지 고민하던 시절이나, 안티에게 공격받던 어려운 시절까지, 이번에는 진지하고 솔직한 쿠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름 무도관 공연까지 이뤄낸 밴드임에도,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목표를 찾고 정진하며, 밴드로서 유튜브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보여주고 있다. 진지하게 말이다..


이렇게 밴드 멤버에게 있어 편하고 친근한 자세를 유지하는 쿠죠가 놀랍게도 밴드의 리더를 맡고 있다=_= 인간관계에서 이상한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주변 사람과 어울리며, 리더라고 해서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그런 조화로움.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일에 대한 사랑과 강한 프로 의식을 탑재했으며, 유튜브라는 새로운 장르에도 도전할 수 있는, 변혁을 추구하는 사람.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조화와 변혁이란 이런 삶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당시 교수님의 답장은 아직도 내 메일함에 저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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