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때 IT 회사에서 인턴을 했었다. 부서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새로 시작하면서 내가 해당 일을 맡게 되었는데, 주어진 웹 데이터들을 분석해서 새로운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 난 학부 2학년이었고, 사실 솔직히 말하면, 공대생이지만 통계는 싫어했었다.. 대학 통계 수업에서는 이론이나 증명만 배웠고,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다. 회귀가 뭔지, overfitting의 개념도 모르던 시절이었고, 이 일이 머신러닝 문제가 된다는 번지수도 찾지 못하던 때였다. 그 회사는 개발이 메인이었는데, 물론 사수님이 코딩은 기똥차게 잘하던 고수였지만, 데이터 분석과 관련해서는 딱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상황은 그랬지만, 그래도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보고자 하는 의지는 있었고, 그래서 정말이지 맨땅에 헤딩을 많이 하면서 배웠었다.
그 시절 많은 도움을 받은 곳이 Anderson Jo님의 블로그였다. 아쉽게도 지금은 해당되는 포스팅이 없어졌는데, 당시에 정말로 친절한 Neural Network 튜토리얼 포스팅이 있었다. 지금도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데, 풀고자 하는 문제는 콘크리트의 여러 가지 성질을 통해 강도를 예측하는 것이었다. 강도를 결정하는데이터 패턴이 존재하고, 또 그것이 비선형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걸 Neural Network로 모델링해보자는 내용이었다. 데이터들을 min-max normalization하고, train/test split을 진행한 후, Neural Network를 학습해서 예측이 잘 되는지 평가하는 간단한 코드였다. 당시에 구글링하면서 자료를 꽤 많이 찾아봤었는데, 허접했던 내가 직접 이해하고 에러 없이 제대로 코드를 실행할 수 있었던 튜토리얼은 그게 처음이었다. 그 친절한 설명이 그때는 너무나 감사했었다.
그 이후에도 Neural Network를 어떻게 해석하면 되는지 그 내부적인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했었다. Neural Network 내에서 Weight나 Bias, Hidden node, Sigmoid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아보면서, "아 이게 그런 거구나"하면서 하나씩 배워나갔었다. 당시에는 정말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궁금한 게 생기면 페이스북의 머신러닝, 통계, AI 그룹에 질문 글을 올렸었다.
내 질문 글에 답을 해주던 그 사람들은 놀랍도록 친절했다. 나에게 있어 전혀 지인도 아니며, 내가 따로 보상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 질문들에 장문의 댓글을 써주며 답변해주셨던 사람들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심지어는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싶어서 내가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까지, 그분들께서는 친절하게 답변해주셨었다.
지금 보면 내 질문이 정말 허접했다.. summation을 sigma라고 부르던 시절.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타인으로부터 배움과 호의를 받는 것이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느끼곤 한다. 그래서인지 대학교 2학년 때, 대가 없이 친절하게 알려주던 그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구나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그렇게 인턴을 마무리하고 Neural Network도 알게 된 이후에, 꽤 시간이 흘러 대학도 졸업하고, 지금은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내가 그때의 경험에 따라 꿈같은 게 생겨서 Neural Network를 공부하고 싶어 졌다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찌저찌 살다 보니 지금 내 전공은 딥러닝 기반 영상처리가 되었고, 지금도 Neural Network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당시의 부족한 내가 Neural Network를 배울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도와준, 온라인에서의 수많은 고수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감사함을 항상 마음에 품고, 나도 가능하다면, 그 은혜를 다른 사람들이나 후배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연구실에서 내가 학부생 연구 참여 학생의 사수를 맡는 게 3번째인데, 사실 다들 귀찮아하는 일임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챙겨주고 가르쳐주려고 하는 게, 그 고수들의 은혜를 본인에게 돌리지 못하더라도 다른 후배들에게 돌릴 수 있으면, 공동체에 긍정적인 발전이 있으리라는 소소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브런치 블로그도 비슷한 맥락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