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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준 Mar 02. 2021

왜 쉬운 글을 써야 할까?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얻은 글

솔직히 난 그렇게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난 심지어 어릴 때 외국 살다 왔다=_= 어찌저찌 적응해서 나름대로 멀쩡하게 한국어를 할 수 있고, 블로그까지 하고 있다는 게 가끔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쓰는 글은, 그냥 내가 읽었을 때 재밌는 이야기이며,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독자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글이기 때문에, 글 자체가 대단히 명필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튼, 좋은 글은 나름대로 원칙이 있다. 글쓰기를 배운 사람이라면 "쉬운 글을 써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대학교 1학년 때 글쓰기 수업을 들을 때에는 수동적으로 그런가 보다~하고 받아들였지만,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하다. 왜 쉬운 글을 써야 할까?


이것에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얻은 글은 "The science of scientific writing"이었다. 이 분의 글을 내가 나름대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어레인지 해서, 쉬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보겠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글을 읽는 활동은 에너지의 소비로 이해할 수 있다. 글을 읽는 것은 때로는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글 자체가 어렵고 난해한 문장으로 구성될수록, 독자들은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이렇게 글을 읽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 피로해진 독자들은 저자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는 저자의 의도와 다른, 헛소리를 시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학계에 논문을 출판하는 과정을 예로 들면, 대상 논문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장으로 구성될수록, 독자인 리뷰어가 그 논문을 읽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피로가 쌓여, 저자의 의도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리뷰가 나오지 못하며, 그 피해는 저자에게 돌아오게 된다.


쉬운 글은 그렇지 않다. 저자들이 쉽고 간결한 문장을 썼다면, 독자들은 저자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는 에너지 소비도, 피로감도 적다. 쉽고 재밌는 글을 읽은 독자들은, 오히려 에너지를 얻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앞선 논문 출판의 예시에서, 대상 논문이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된 경우, 독자들은 저자의 의도를 쉽게 알아듣게 된다. 그 결과 저자들은 독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리뷰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이 그 뻔한, 윈윈 관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쉽고 간결한 글에는 이런 룰들이 있다. 이건 참고로 한국어라기보다는, 영작문에서 쓰이는 트릭들이다.

- 짧고 간결한 문장을 써야 한다. 왜 그런지는 앞에서 열심히 설명했다, 그지? 길이가 너무 긴 문장은 분리하는 것이 좋다. 여기 좋은 툴로, 헤밍웨이 에디터가 있는데, 이게 헤밍웨이 스타일 관점에서 주어진 글을 분석해서, 짧고 간결한 문장이 되도록 코멘트를 해준다. 실제로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 스타일은 짧고 간결한 문장의 대명사라고 하니까.

- 비슷한 맥락에서, 짧은 주어가 좋다. 다른 말로는, 동사가 빨리 나올수록 좋다. 관계대명사를 쓰는 긴 주어를 사용하면, 문장 내에서 동사의 위치가 뒤로 가게 된다. 독자들은, 그래서 이 문장은 뭘 한다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동사가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 동사가 늦게 나오는 문장이 많으면, 독자들은 동사를 찾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 중요한 정보는 빨리 주는 것이 좋다. 결론을 먼저 설명하는 두괄식이, 빙 둘러서 결론을 마지막에 설명하는 미괄식보다 많이 쓰인다는 것은 다들 들었을 것이다. 숨기지 말고 중요한 정보를 먼저 주는 것이 독자 입장에서는 편하다. 문단 안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첫 문장에서 제시하며, 또 문장 안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첫 단어에서 제시하는 것이 좋다. 

이건 영화에서 쓰이는 연출인데, 영화의 첫 장면에서 한 등장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이게 "이 등장인물은 중요한 인물이니, 이 작품에서는 이 사람을 주의 깊게 봐주세요"라는 감독의 연출이라고 한다. 이런 게 글쓰기에서도 통한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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