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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준 Nov 20. 2022

코이즈미의 손목시계의 모델을 추정해보자

우울 6화

예를 들어 쿈의 경우 꽤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를 차고 다닌다. 삼각형으로 생긴 이 손목시계는 "Hamilton Ventura" 모델이라고 한다. 나름 고급 브랜드이고 100만 원 내외라고 한다..


이미지 출처: https://www.hamiltonwatch.com


사실 이 제품의 경우 꽤 독특한 디자인이라서 시청자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곤 한다. 그런데 코이즈미 이츠키가 찬 시계의 경우, 구별 난이도가 상당히 어렵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코이즈미가 손목시계를 차고 있다는 묘사는 꽤 자주 있다. 최근에 정주행 하면서 체크했는데, 코이즈미는 1기에서는 시계를 차고 있기도 하고 아닌 경우도 있지만, 2기의 추가 에피소드와 소실 편에서는 항상 손목시계를 차고 다닌다. 그런데 해당 시계는 워낙 평범하게 생긴 동그란 메탈 시계라서, 정확한 모델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해외의 하루히 커뮤니티에서도 특별히 추정된 경우가 없었다.


어떻게든 코이즈미가 찬 시계의 정확한 모델을 추리할 수 없을까? 필자도 고급 시계는 취미가 아니지만, 하루히 시리즈에 대한 애정으로 한번 코이즈미 시계를 열심히 분석해보자고 한다. 먼저 우리는 코이즈미의 손목시계에 대한 묘사가 뚜렷해진 2기를 보다 꼼꼼하게 시청할 필요가 있다.


우울 24화. 묘사 1.

해당 장면은 한숨 편에서 코이즈미가 쿈에게 찾아가서 육교에서 대화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코이즈미의 시계가 클로즈업된다. 묘사 1이다.


그렇지만 아직 힌트가 부족하다. 코이즈미의 시계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알기 위해 우리는 2기 추가 에피소드인 엔드리스 에이트를 모두 정주행 할 필요가 있다.. 스킵 없이 열심히 본 팬들은 알겠지만, 특히 우울 16화는 엔드리스 에이트라는 시간의 흐름을 탁상시계나 손목시계로 표현하는 연출이 있다. 여기서 코이즈미의 손목시계가 보다 자세히 묘사된다.


우울 16화. 묘사 2.
코이즈미: 저희들은 같은 시간을 벌써 몇 번이고 반복하고 경험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울 16화. 묘사 3.
우울 18화. 묘사 4.

해당 장면은 엔드리스 에이트 에피소드에서, 밤 중에 다들 집합해서 최근의 시간의 흐름에 대해 논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코이즈미의 손목시계가 상당히 클로즈업되어 표현된다. 이들만큼 코이즈미의 손목시계를 자세히 묘사하는 장면은 더 이상 없다. 필자가 확인해봤는데, 원작, 코믹스, 심지어는 나가토 유키 짱의 소실을 다 봐도 더 이상 자세한 묘사는 없다.


이처럼 묘사 1~4를 통해 코이즈미의 손목시계의 특징을 분석해보자.

* 특징 1.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 형태이다. 상단, 하단, 좌측에 있는 3개의 보조 다이얼이 있는 모델을 크로노그래프라고 한다. 실제로 16화에서는 보조 다이얼이 작동하는 묘사도 있다.

* 특징 2. 타키미터(tachymeter)가 있다. 묘사 3에서 다이얼에 "100", "110"으로 적혀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게 속력=거리/시간임을 사용해서, 속력을 계산할 수 있는 시계의 기능이라고 한다.

* 특징 3. 오른쪽에 크로노그래프 버튼이 3개 있다. 버튼 중 2개는 톱니가 없고, 1개는 톱니가 있다.

* 특징 4. 시침과 분침은 흰색 침인데, 중앙 근처에서는 검은색이다.

* 특징 5. 초침은 빨간색이다. 보조 다이얼은 모두 빨간색 침이다.

* 특징 6. 보조 다이얼은 시계의 상/하/좌에 있다. 오른쪽에는 로고 같은 문구가 적혀 있고(묘사 1, 4), 박스도 있다(묘사 2).

* 특징 7. 표시된 숫자의 디테일도 중요하다. 묘사 3을 보면, 타키미터의 모든 숫자는 회전 없이 반듯하게 적혀있다. "0"은 길쭉하고 동그란 편이다. "1"은 꺾인 부분 없는 선분이다. "5"나 "9" 등의 숫자들은 부드러운 곡선이다. 숫자들은 다들 가늘게 작성되어 있고, 두께가 굵지 않다. 이런 부분에서 폰트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 특징 8. 각 시각마다 안쪽으로 들어간 흰색 막대가 있다. 이때 12/3/6/9에서 막대의 길이가 짧거나, 거의 없다.

* 특징 9. 검은색 배경에 흰색 글씨이고, 외부는 메탈 시계이다.


이러한 특징들을 바탕으로, 실제 모델을 추정해보자.


후보 1. TAG Heuer

이미지 출처: https://www.tagheuer.com

태그 호이어는 크로노그래프로 유명한 고급 시계 브랜드이다. 보조 다이얼도 3개 있고, 버튼도 3개 있으니까 코이즈미 시계랑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디테일에서 꽤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타키미터의 베젤 숫자들이 모두 회전되어 표시되어 있는데, 특징 7에서 언급한 것처럼 숫자들이 모두 회전 없이 반듯해야 한다. "1"의 폰트에서도 꺾인 부분이 있으므로, 애니에서 묘사된 시계와 다르다. "0" 폰트도 애니에서는 좀 더 가늘게 표시되었으므로, 태그 호이어의 폰트와는 약간 다르다. 그 외에도 숫자들의 폰트가 굵은 편이라서 코이즈미 시계와는 다소 다르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후보 2. CITIZEN

이미지 출처: https://www.citizenwatch.com

시티즌 역시 일본의 유명 시계 브랜드이다. 아쉽지만 시티즌 시계도 코이즈미 시계와 디테일이 다르다. 시티즌에서 이 모델의 경우, 타키미터 숫자가 회전 없이 정방향으로 적혀 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9"나 "1" 등의 폰트가 각져있어서 약간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애니의 코이즈미 시계에서는 "6"이나 "9" 폰트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후보 3. ROLEX

출처: https://www.watchtime.com/featured/tracking-the-rolex-daytona-a-53-year-history/

롤렉스도 유명한 고급 시계 브랜드가 되겠다. 여기서 롤렉스의 DAYTONA 모델은 베젤 모양이 코이즈미 시계와 꽤 비슷하다. 타키미터 숫자가 모두 회전 없이 정방향이고, "1"이나 "9" 등의 폰트 모양이나, 폰트 두께 등에서도 우리가 분석한 특징 7에 일치한다. 그렇지만 롤렉스도 다른 디테일에서 코이즈미 시계랑 다른데, 롤렉스는 항상 12시에 왕관 심볼이 있어서, 보조 다이얼이 좌/우/하에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계 오른쪽의 3개 버튼에서, 롤렉스는 모든 버튼에 톱니가 있지만, 코이즈미 시계는 1개 버튼만 톱니가 있고 2개 버튼은 톱니가 없다.


후보 4. OMEGA

이미지 출처: https://www.ssongwatches.com/products/omega-speedmaster-professional-raid

이건 Omega Speedmaster 모델인데, 일명 "문 워치"로 알려져 있는 모델이다. 카구야에서 시로가네의 아버지가 물려준 그 시계이기도 하다. 실제로 베젤의 타키미터 숫자들도 코이즈미 시계의 폰트와 거의 일치한다. 얇고 긴 폰트이고, "1"은 꺾임이 없고, "0"은 길쭉하다. 그리고 시계 오른쪽 3개 버튼 중, 1개는 톱니가 있고, 2개는 톱니가 없다! 특히 묘사 1에서 코이즈미 시계를 확대하면 우측에 "S"로 시작하는 문구가 있는데, 이게 Speedmaster라면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https://aucview.com/yahoo/u444423162
이미지 출처: https://www.omegawatches.co.kr

특히 Omega Speedmaster Date 모델에 주목할 수 있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에서 "데이트" 모델은 우측에 날짜를 표시하는 박스가 있는데, 그래서 보통은 상/하/좌에 보조 다이얼이 있으며, 이는 특징 6에 일치한다. 그리고 특징 8과 같이, 각 시침마다 흰색 막대가 있지만, 12/3/6/9는 보조 다이얼로 인해 막내가 없는 묘사도 거의 일치한다. 결론적으로, 내 생각엔 모델이 코이즈미의 시계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Omage Speedmaster Date 모델은 매년 디자인이 다르게 나와서, 해당 제품군에서 초침이 빨간색인 제품을 찾아보면 코이즈미가 차고 있는 시계의 정확한 모델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내 구글링 실력에 한계가 있어서인지, 모든 디테일에서 완벽하게 특징 1~9를 만족하는 모델은 찾지 못했다. 당시의 애니가 이런 디테일에도 묘사를 섬세하게 했다는 것을 믿는다면 더 정확한 모델을 추정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코이즈미의 시계 모델이 정말 존재할지에 대한 의심도 든다. 알고 보니 묘사가 실제 제품과 다른, 상상 속의 시계가 아닐까? 예를 들어 묘사 3에서 타키미터에 "90"과 "100" 사이에 "95"가 있었는데, 사실 오메가 제품군의 타키미터에서는 "95"가 일반적으로 없기 때문이다=_= 반면 카시오나 세이코 등에서는 "95"를 포함하는 타키미터를 갖는 모델도 있지만, 이들의 경우 다른 특징들에서 코이즈미 시계와 현저하게 달랐다. 어쩌면 애니메이터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데이트 시계 1개만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여러 시계들의 특징을 결합해서 코이즈미의 시계를 그린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한다. 


물론 하루히 2기에서 일관성 있는 코이즈미의 시계의 묘사가 있기 때문에 실제 시계 모델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그리고 동시대에 쿄애니에서 제작한 케이온의 경우, 묘사된 여러 악기들에 실제 모델이 있기도 하니까. 뭐 아무튼.. 심심하신 분들은 코이즈미 시계의 정확한 추정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참고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는 대략 300만 원쯤 한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찰 시계가 아니다.. 코이즈미가 사실은 기관의 1인자라는 타치바나의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될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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