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퇴근을 10분 앞두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이유인즉슨, 직장 상사가 본인의 책임을 떠넘긴 것인데 자세한 상황은 이렇다. 상사가 급히 만들어야 할 자료가 있다고 하여 지시대로 자료를 만들었다. 상사에게 수정 확인을 두 번 받고 나서야, 공지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고 그대로 공지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해당 자료의 내용에서 잘못된 점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큰 문제는 아니었기에 급히 수정해서 다시 공지했다.
여차여차해서 일은 잘 넘어갔지만 갑자기 상사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몇 번이나 강조했던 부분을 왜 수정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들으면서 굉장히 어이가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한 적도 없었고 그러니 당연히 강조하지 않았으며, 본인의 컨펌을 두 번이나 받은 자료에 대해 갑자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질책성 발언보다는 부드럽고 타이르는 투로 얘기했지만 누가 봐도 내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었다. 맞은 편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동료에게 메신저가 왔다. 너네 상사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냐고. 딱 봐도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말이다.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저한테 언제 그런 말씀을...."
나는 반론을 펼치려다가 중간에 말을 그만두었다.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정도 실수를 덮어 씌운다고 해서 나의 평판이 크게 떨어질만한 일이 아닐뿐더러, 나의 고과권을 쥐고 있는 직속 파트장이었다. 평생직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한 동안 다닐 직장에서 괜히 파트장과 반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3초 사이에 현실과 타협하는 안을 선택하기로 했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 한 마디로 상황은 넘어갔고 파트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니 오히려 나의 실수를(정확히 표현하면 본인이 전가한 실수)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몇 마디 건네고 상황은 넘어갔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인사를 하고 10분 후 바로 퇴근을 했다.
해당 상사는 3년을 누락했다가 올해 겨우 부장으로 승진을 한 케이스였다. 또한, 외벌이에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자녀가 있는 사람이었다.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를 하기 위해 술자리, 골프 등 나름의 갖은 노력을 하는 사람이었고, 사소한 실수로 본인의 평판이 깎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뜩이나 안 좋은 상황에서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었을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대놓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천인공노할 짓이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하 직원들의 신뢰를 다시 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집에 오면서 그 상황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크게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당황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일까. 소신대로 나아가서 팩트를 근거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이 나았을까. 아니면, 사회생활은 원래 이런 것이니 잘 참고 넘어간 것일까. 이런 경우에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적일까.
많은 고민이 드는 퇴근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