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는 것 말고 새로운 게 하고 싶다

by 석도쿠

요새 가장 큰 고민은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는가'이다. 특별히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라면 바로 '나'이다. 일단 하고 싶은 것이 좀 많다. 무대 앞에 나가서 마이크를 잡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적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어떤 기회를 통해 우연히 한 행사의 MC를 맡게 되면서 성격이 변했다. 평소 막 활발한 성격은 아니지만 마이크만 잡으면 돌변한다. 마이크를 잡는 일은 무엇보다도 재밌다. 대중들 앞에서 두 발이 후들거릴 만큼 떨리지만 그 순간 정말 나는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기회가 닿는다면 언젠가는 정식으로 강사나 MC 과정을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사실 조금 자랑을 하자면, 대학생 때 작은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20분가량 삶의 터닝포인트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모든 사람이 내게 집중하는 그 무대 자체가 신기하고 황홀했다. 당시 너무나 큰 희열을 느껴서 언젠가 꼭 대중 앞에서 말하는 직업을 가지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패기 있게 새로운 도전은 하지 못하고, 남들처럼 똑같이 취업 준비를 하다가 지금의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


두 번째로 하고 싶은 것은 사업이다. 이 얘기를 하면 남들이 사업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라고 한다. 안다. 스타트업 기업에서 인턴을 한 경험이 있고, 주변에 사람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럼에도 새롭게 도전하고 반복된 일상을 벗어나서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다.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실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글로도 적어놓고 기획서도 만들고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구해서 어느 정도 구현은 하고 있지만, 분명 직장인으로서 시간적 한계가 있다. 단순히 그런 행위들이 재밌어서 하는 것이지,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면서 죽을 둥 살 둥 매달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시간을 온전히 쏟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는 밤을 지새면서까지 한다지만 그렇게까지 할 열졍과 체력은 아니다. 재미로만 하는 것은 사실 이상적이다. 알기 때문에 현실에 맞춰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


어느 정도 자산은 모았고 인생에 결혼을 배제한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10년 이상은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부모님이 무척 반대하겠지. 사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워라밸, 업무 강도, 연봉 등 모든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 그래서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고 하면 주변의 모두가 만류한다. 열심히 스펙 쌓고 어렵게 공부해서 들어갔는데 무엇이 아쉬워서 나오냐는 것이다. 거기서 쭉 다니면 적어도 사는 데는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한다. 맞다. 나도 안다. 제법 근속연수도 높은 기업이어서 정말 사는 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데, 정말 괜찮긴 한데, 무엇이 그리 아쉬운 걸까. 이제 서른 초입에 들어섰다. 무언가 더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마음속에서 꿈틀거린다. 삶의 권태를 느끼고 싶지 않다. 매일매일 낯선 삶을 살고 싶다. 익숙한 삶은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단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으면 삶이 지루하고 무기력해진다.


요새 많이 무기력해져서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바로 주짓수다. 시작하자마자 삶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실력이 느는 내 모습이 궁금해져서 다음 날이 기다려진다.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가하면 마치 살아 움직이듯이 일상이 새롭게 요동친다. 더 재밌어지는 것이다. 하루에 1시간 정도 하는 주짓수 정도로도 이 정도로 요동치는데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정말 재밌다면 내 삶은 얼마나 재밌어질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직 인생의 쓴맛을 맛보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쓴맛도 봐야 단맛을 아는 법. 회사를 나오지 않는 한 아마 한 동안 쭉 고민한 문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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