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도쿠 Oct 27. 2020

백종원 씨는 조리사 자격증이 없대

사람 공부보다는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

요새 고민이 있었다. 나는 보통 주말에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다양한 주제로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이 너무 재밌고 분명 배우는 것도 많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내 회사 동기들은 그 시간에 모두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었다. 누구나 단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전문 자격증이었다.


그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불안해졌다. 나도 능청스럽게 사람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남는 것은 없었다. 내가 하고 있던 것들은 하나의 놀이일 뿐, 과연 공부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인가. 의자에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정제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평소에 생각도 안 하던 노무사 책도 괜히 들춰보고, 오래전 사둔 파이썬 책도 한 번 훑어보고, 어디선가 들어본 CFA에 대해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했다. 별로 감이 오지 않았다.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갖고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인 것은 확실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고민을 들은 동네 형이 내게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백종원 씨는 조리사 자격증이 없다는 것이다. 다들 진짜 실력보다는 불안감에 자격증을 따는 게 아니겠냐는 소리였다. 공부를 하려는 이유가 승진이나 스펙을 위한 거라면 자격증 공부는 추천하지만, 단순히 불안감 때문이라면 지금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람들과 어울려 토론하는 것은 결코 틀린 선택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게으름과 귀찮음 때문에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싫은 것일 수도 있다. 핑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생각이 있고,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 그것을 실천하는 중이다. 내가 느끼고 기록하고 생각하는 바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그 생각이 죽지 않았음을 다시 상기하고, 이리저리 펼쳐놓았던 자격증 책들을 모두 덮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정신은 몸의 지배를 받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