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공부보다는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
요새 고민이 있었다. 나는 보통 주말에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다양한 주제로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이 너무 재밌고 분명 배우는 것도 많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내 회사 동기들은 그 시간에 모두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었다. 누구나 단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전문 자격증이었다.
그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불안해졌다. 나도 능청스럽게 사람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남는 것은 없었다. 내가 하고 있던 것들은 하나의 놀이일 뿐, 과연 공부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인가. 의자에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정제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평소에 생각도 안 하던 노무사 책도 괜히 들춰보고, 오래전 사둔 파이썬 책도 한 번 훑어보고, 어디선가 들어본 CFA에 대해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했다. 별로 감이 오지 않았다.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갖고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인 것은 확실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고민을 들은 동네 형이 내게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백종원 씨는 조리사 자격증이 없다는 것이다. 다들 진짜 실력보다는 불안감에 자격증을 따는 게 아니겠냐는 소리였다. 공부를 하려는 이유가 승진이나 스펙을 위한 거라면 자격증 공부는 추천하지만, 단순히 불안감 때문이라면 지금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람들과 어울려 토론하는 것은 결코 틀린 선택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게으름과 귀찮음 때문에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싫은 것일 수도 있다. 핑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생각이 있고,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 그것을 실천하는 중이다. 내가 느끼고 기록하고 생각하는 바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그 생각이 죽지 않았음을 다시 상기하고, 이리저리 펼쳐놓았던 자격증 책들을 모두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