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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Mar 22. 2021

상황에 닥치면 누구나 다 하게 된다

거래처 팀장님과 이야기하던 중에 자연스레 주제가 자녀 쪽으로 옮겨갔다. 해당 팀장님은 나보다 적어도 스무 살 정도 많은 분으로 자녀들의 나이도 스무 살 언저리에 있었다. 어렸을 적 자녀들이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모양이다. 맞벌이 가정에서 키워서 상대적으로 신경을 많이 못 써줬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내심 고민이 많았던 듯했다. 부모가 챙겨주지 않으면 자녀들이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고민을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자녀들과 중국으로 유학을 간 일이 있었다. 구체적인 사정은 모르겠지만 팀장님만 일찍 귀국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자녀들과 함께 귀국할까 하다가 이참에 자립심을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혼자만 귀국했다고 한다. 내심 불안했지만 그래도 자녀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녀들이 중국에서 너무 잘 생활하고 있었나 보다. 집안일도 전혀 하지 않던 아이들인데 중국에서는 스스로 잘 해내고 있는 듯했다. 자녀들은 6개월 정도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무사히 귀국했다. 그때 팀장님이 깨달았던 생각을 전해주었다.


"상황에 닥치면 누구나 다 하게 되어 있어. 그런데 문제는 그 상황에 닥쳐본 적이 없는 거야."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이었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피하기 위해 행동할 뿐, 그 상황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려 하지 않는다. 나만 해도 어렸을 적 매우 소심한 아이였다.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버스에서 하차벨을 누르는 것조차 부끄러워 남들이 눌러주기를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할 기회가 생겼고, 어쩔 수 없이 한 두 번씩 억지로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발표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더 나아가 각종 행사의 사회자로 활약까지 했으니 상황을 완전히 극복한 셈이다.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그 상황을 최대한 많이 직면하면 된다. 아무리 무서운 것도 자꾸 마주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 순간, 두려움은 사라진다.


내가 무언가를 두려워한다면 그 상황을 많이 겪어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두려운 상황을 피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피하고만 있을 수 없다. 그 상황에 정면으로 돌진하자. 상황에 닥치면 누구나 다 하게 된다. 못 한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다음에 또 상황에 닥치게끔 도전하면 된다. 그렇게 부딪치며 매사 두려운 것들을 줄여나간다면 삶은 그런대로 살만한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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