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개수대 고치고 들은 얘기
어제는 바람 많고 춥고 눈길이어서 뭘, 할 수 있는 날이 아니에요. 몇 달 전부터 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하면 물이 역류하고 빠져나가지 못해요. 그래서 뚫어 뻥을 붓고 위기를 모면했는데요. 세 달을 못 가서 또 넣게 돼요. 뜨거운 물을 붓고 못쓰는 칫솔로 홈을 뚫으니 좀 괜찮아졌어요. 그렇치만, 이게 임시방편이라 15년 넘은 아파트에서 개수대를 갈아야 하는 거 아닐까? 잘 모르는 분야에 노크를 한다는 게 꽤 부담돼요. 매스컴에서 개수대 파이프가 곰팡이가 가득 찬 모습과 플라스틱이 헐어서 냄새나는 걸 보여주는 걸 봤기에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남편이 아는 수리점을 모른다고 알아서 하라며 선을 그으네요. 그렇게 얘기 안 했다면 인터넷을 뒤지지 않았을 거예요.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어서 고민이 되고 남편은 큰애가 시켜 먹는 배달음식 찌꺼기가 기름기가 많아서 그런 거라고 탓을 하기 시작했어요. 큰애는 설거지할 때, 물이 차오르니까 겁을 내고 나는 안심시키려고 사람 부른다고 했어요. 그런데 날이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 부르면 가격을 어떻게 부를지 걱정이고요. 그래서 오늘은 아니더라도 좀 돌아다니고 알아보리라 생각했는데 큰애에게 전화가 왔어요. 설거지 중인데, 물이 또 넘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곧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큰애가 전화는 했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어젯밤 찾아놓은 전화번호를 찾으니까 없어요. 집과 가까운 거 같아 연락처를 기입했는데, 저장을 안 한 거 같아요. 그래서 하늘도시로 스크린숏 했던 곳을 부랴부랴 연락했어요.
나는 개수대에 설거지 중 물이 역류하는 것과 오늘 올 수 있냐는 말을 했더니, 남자는 주소를 남기라고 하면서 지금 작업 중이라는 말만 남기네요. 주소를 찍어주고 얼마 있다 전화가 왔는데, 전화번호가 다르다는 거예요. 뜬금없이 두 개의 전화번호가 나중 보니 다르다는 게 좀 신경 쓰였지만 다시 확인 주소를 불러줬어요. 얼마 후 남자에게 물어볼 게 있어 전화했더니 집으로 출발했다는군요. 애 혼자 있는데, 가면 곤란해한다고 퇴근 후 오라니까 벌써 집 앞이라며 비번을 묻네요. 남편에게 전화해 보고 전화 주겠다고 했어요. 마침 남편은 집에 있고 문제는 해결된듯해요. 문을 안 열어준다기에 다시 남편에게 남자가 집 앞이라고 문 열어주라고 했고요.
내 주변 지인들은 이런 경우 얼어서 그런 거라고 하기에 오래전에 팔만 원 주고 뚫은 기억이 났고 남편에게 전했어요. 그런데 남자는 작업 중이고 내시경으로 보여줬는지 기름때가 파이프에 띠를 이루고 있어서 그런 거란 대답을 남편에게 들었어요. 나는 서둘러서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어요. 남자가 온 지 얼마 안 됐으니 가격을 계산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진행 상황을 들으려 전화를 하니, 벌써 끝마치고 갔다는 거예요. 가격이 육십만 원인데, 나보고 해결하라는 거죠. 너무 큰 액수라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사기당한 기분이 이런 건가? 하는 뻥친 기분이 들지 뭐예요. 자기가 내는 게 아니라고 그냥 줬단 말이야? 이건 짐을 나눠져야 하는 액수잖아요. 그랬더니, 처음에는 70을 불렀고 현찰은 60인데, 카드리더기를 들고 와서는 카드는 6만 원이 더 붙는다는 거예요. 현금은 집에 없고 그래서 그냥 카드로 계산했다는군요. 그래서 반반식 부담하는 거로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얘기했는데, 이번 생활비에서 얼마나 빼고 줄려는지 보면 알겠죠. 남자들이 대면 대면해요. 언니도 오빠에게 공사를 맡기고 속상해서 전에 말했던 일이 기억나지 뭐예요? 그래서 책임을 어느 정도 줘야 정신을 차리겠더라고요.
집에 오니, 남편은 물이 잘 내려가지, 하며 큰애가
배달음식 시키고 일회용 기름 낀 그릇과 묻은 찌꺼기를 설거지해서 그랬다는 얘기를 또 하네요. 자기는 기름진 음식 안 먹으니까 자기 책임은 없다는 말만 해요. 적은 돈도 아니고 견적 받고 안 맞으면 보내는 게 맞는데, 출장비 달라고 할까 봐 그냥 했다는 말과 장비를 잔뜩 들고 왔는데, 어떻게 보내냐는 말을 해요. 그래서 어쩌겠어요. 부 유 아파트라는 이미지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 같고 남편이 사회생활을 손 놓고부터 좀 태도가 느슨해진 탓도 있는 듯해요. 사는 게 퍽퍽하고 사회가 힘드니까, 불우이웃에게 헌금했다 치자고 했어요. 그렇게 얘기해 놓고 속상한지 그러지 않아도 오늘 수리하는 곳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는 뒷북치는 말을 하니, 아침에 모르니까 알아서 하란 말 안 했으면, 내가 이렇게 인터넷을 뒤저서 전화하지 않았을 거란말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다시 얘기는 주식으로 흐르네요. 8개월 전만 해도 1.800만 원 손해 본 주식이 괘도를 찾았고 이제 십팔 만 원의 수익을 가져다줬다는 옆구리 터지는 소리를 해요. 그걸 벌어서 오늘 개수대 수리에 다 털어 넣다는 이야기죠. 그러면서 뭐 방송국을 칭찬하며 망할 리 없다, 나에게 돈을 벌게 해 줬다는 얘기를 화통 삶아 먹는 소리처럼 크고 장황하게 늘어놓네요. 그런데, 주가가 안 좋았던 몇 개월 남편은 심기가 불편한 걸 드러내고 우리는 힘들었다는 얘기를 꼭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 쏟고 신경 쓰고 하며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했던 거는 모른다 말입니다. 아, 참, 얘기가 왜? 거기로 흘러가는지 남편 놀이공원에 롤러코스터는 못 타면서 주식에서 희열을 버리지 못해요. 한번 주가로 돈맛을 알게 되면 그게 생의 낙이 돼요. 매운 거 먹고 속 버리면서 끊지 못하는 큰애처럼 아슬아슬한 고통 뒤에 스릴이 쾌감을 주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