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소통법만이 능사가 아닌 이유
비대면 사회가 뉴노멀이 되어야 한다는 일련의 주장들에 동의한다. 일시적 병리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생활방식이 해를 넘기고도 이어질 기세다. 그러니 각종 산업 현장에서 비대면 환경에 맞는 툴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대면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와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범박한 일상에 관해서라면 뉴노멀에 대한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대면 만남의 장점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는 비대면 세계는 당분간 등장하지 못할 것이고 우리는 살아있는 하나의 인격을 물리적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가상현실의 상용화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점진적인 비대면의 정상화와 더불어 절실한 것은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사적 모임의 설계이다. 이러한 서비스의 구현은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다. 기존 스터디카페 테이블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고 장갑과 손소독제만 배부해도 마스크 착용과 수시 방역소독을 통해 비말 감염 가능성이 낮은 세미나실을 만들 수 있다. 공간을 좀 더 넓게 활용한다면 단체로 배달음식을 먹으며 대화할 수 있는 장소의 대여 서비스도 제공 가능하다. 물론 무슨 수를 쓰든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안전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강력한 외출 금지령을 내리지 않는 이상 사적 만남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그리고 국면이 장기전으로 접어들수록 "잠시만 참아달라"는 요구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외출을 자제하라"는 주문이 누군가에겐 냉난방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집에서 폭염과 추위에 맞서도록 방기하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조성하는 게 더 낫다. 고작 얼굴을 마주보며 수다 떠는 즐거움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겠냐고 묻고 싶다면, '코로나 블루'라는 집단적 우울감이 사회 현상으로 지목된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자. "몸은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구호는 말 그대로 구호일 뿐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산업 사회의 사고방식에 익숙한 우리는 여가나 일상의 즐거움에 대해 "누리면 좋지만,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때로는 잃어버린 일상이 기술의 발전으로 쉽게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생물학적 특성은 사회적 요구보다 훨씬 느리게 변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낯선 방식의 인지와 교감 속에서 진정한 소통의 가치는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