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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로운 민정 Feb 13. 2024

2월에  100-93

2월의 날씨답지 않게 화창한 날이다. 바람결에 봄이 묻어난 듯 보드랍다. 졸업을 준비했던 2월이 문득 생각난다.

어린이집에 책을 읽어주고 놀이 수업을 했다. 기저귀 찬 빵빵한 엉덩이를 흔들며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해맑은 웃음이 개나리 꽃송이 같다. 함께 하는 30분이 30초처럼 짧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찾기 위해 틈만 나면 도서관을 찾는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도서관 3곳 모두 어린이실에서 그림책을 수십 권을 읽어보고 아이들이 좋아할 한 권을 찾는 시간은 내 마음의 휴식이다. 책을 읽어주고 놀이하면서 정도 많이 든다. 첫 졸업을 준비했던 2월 생각한다.


아이들과 헤어짐을 생각하니 깊은 아쉬움이 일렁인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 헤어짐을 알 일이 만무하겠지. 시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은 나와 함께한 시간이 즐거움으로 각인됐을 터이다. 홀로 헤어짐을 준비하는 기분이 묘하다. 아쉬운 마음을 대신할 그 무엇을 준비하고 싶다. 2월이 시작되면서 머릿속은 계속 '무엇이 좋을까?, 무엇을 할까?' 의문이 한시도 떠나지 않는다.


고심 끝에 사탕 꽃으로 결정한다.

사실, 솜씨가 아이디어를 따라가지 못해서 슬픈 1인이다. 한마디로 똥 손이다. 상상한 이미지를 그대로 솜씨 뽐내는 사람이 늘 부럽고 존경스럽다. 의미 있는 선물은 하고 싶은데 솜씨는 똥 손이라서 난감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를 내기로 한다.


밤마다 꽃 접는 동영상을 검색한다. 그 많은 꽃 중에 그나마 쉬운 꽃 접기를 찾았다.

 백합꽃!!

동작은 눈 깜짝할 틈도 없이 휙 지나가 버린다. 멈춤과 재생을 무한 반복하면서 백합꽃 접기를 완성한다. 몇 시간이 걸려서 겨우 접은 꽃이 꽃이 아니다. 각지고 곡선미가 어우러져 우아한 자태는 찾아볼 수가 없는 몰골이다. 꾸깃꾸깃한 모습에는 색종이를 접었다 펼친 흔적이 여러 번이었음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연습이 최선임을 보여준다. 꽃의 모습 갖추어질 때까지 밤마다 몇 번을 연습했는지 모른다.


마트에서 막대사탕을, 문구점에서 색종이와 빨대 등 사탕 꽃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한다. 밤마다 아이들 생각하며 꽃을 접는다. 꽃잎을 미리 펴 놓으니, 모양이 자꾸 삐뚤어진다. 꽃잎을 예쁘게 피고 고정하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솜씨는 엉망진창일지언정 보는 눈은 수준 높다는 것이 복병이다. 엉망진창인 꽃은 용납할 수 없다. 예쁜 모양이 나올 때까지 연습하고 연습한다. 번거롭고 힘들어도, 계속 반복해도 아이들 맑은 모습이 가슴에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어린이집별로, 남자아이, 여자아이도 고려해야 하고,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해서 분류한다. 졸업 선물을 준비하면서 정들었던 시간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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