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어 작업하다가 문서함에 잘 담긴 파일 하나를 열어본다. 수업 계획서, 수업 진행 사진, 그동안 연구해서 만들었던 교구 사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추억을 더듬는다.
여러 자료 중에 동시가 눈에 들어온다. 손 유희로 인사를 하고 동시 낭독이 있다. 아이들에게 꼭 동시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동시에서 느껴지는 말랑한 감성을, 동시에 나오는 예쁜 말, 긍정적인 메시지 등, 정서에 선한 영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쩌면, 내가 동시를 더 좋아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순수한 감성이 나에게는 휴식이다. 동시 한 편을 들려주기 위해
동시 시집을 뒤적이고 인터넷 검색까지 해서 찾는다. 동시의 감성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나이도 고려해야 하고 계절과 시기도 고려해야 한다. 동시를 선정하면 시 구절에 맞는 몸동작도 연구한다. 만 4세 아이들이 잘 따라 해야 한다. 몸동작은 1차원적으로 쉬워야 한다. 아이들이 동시가 마음에 들면, 하루 종일 흥얼흥얼 읊조린다고 한다. 동시 선정에 열정을 쏟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준다.
수업 첫머리에 동시를 낭독하면서 몸동작을 먼저 보여주면 꾸물꾸물 따라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 이제 말을 배워가는 아이들에게 예쁜 말을 들려주고 싶다. 머리에 남지 않아도 정서 어느 귀퉁이를 잠깐 스쳐 간다고 해도 좋다. 예쁜 말과 몽실몽실한 감성을 공유하고 즐기고 싶을 뿐이다.
동시는 반복할수록 그 맛이 깊어지고, 그때그때 다르다. 한 편의 동시를 선정하면 1개월 동안 낭독한다. 그러던 어느 날, 1개월쯤 되었을 때 아이들이 동시를 다 외웠다고 담임선생님이 귀띔해 주신다. 동시를 외우는 아이들에게 앞에 나와 낭송을 부탁한다. 앞에 나온 아이가 동시를 낭송하는 모습에 감동한다. 동시를 낭송하던 그 눈빛, 그 표정, 그 몸짓이 아직도 내 가슴에서 꿈틀거린다.
하늘에 수많은 별을 보았지만, 동시를 낭송하며 반짝이던 그 눈빛이 그 어떤 별빛보다, 그 어떤 보석보다 영롱하게 반짝임을 보았다. 상상하는 듯한 해맑은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가끔 내 마음이 시려올 때, 쓸쓸함이 몰려올 때, 마음에 먹구름이 내려앉을 때, 한 번씩 꺼내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많은 것을 안겨준 아이들이 그리운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