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로운 햇살에 이끌려 안양천으로 발길이 향한다.
산책길을 따라 봄 마중한 흔적이 보인다.
말라서 부스럭거리던 갈대숲을 모조리 베어낸 자리에 흙을 일구어 놓았다.
아마도 꽃을 심을 모양이다.
오랜만에 안양천을 따라 걸으며 성큼 다가온 봄을 엿본다.
제 마음대로 자란 나뭇가지도 이발하고 단정하게 서 있다.
햇살이 머문 조팝나무에 깨알 같은 꽃망울이 줄지어 맺혀 있다. 개나리도 질세라 뾰족하게 입을 모으고 햇살을 빨아먹고 있다.
징검다리를 건넌다.
소설 속의 소녀가 된 것처럼 퐁당퐁당 건넌다.
중간 어디쯤에서 걸음을 멈춘다.
얕은 물속에서 헤엄치는 잉어 떼가 발소리 듣고 몰려온다.
근육이 빵빵한 헬스 트레이너 팔뚝만 한 잉어 떼들이 입맛을 다시며 모여든다.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먹이 달라고 앙탈 부린다.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 난감하다.
손님으로 간 집 아이가 반갑게 뛰어오다가 빈손으로 온 손님한테 실망해 서럽게 우는 아이를 본 것 같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일렁인다.
기다려도 먹이가 나오지 않아 실망했는지 유유하게 떠난다.
얕은 수면에 비늘이 쓸릴 것 같아 아슬아슬하다.
안양시민에게 습관적으로 먹이를 받아먹으며 인공 맛에 길들여진 잉어 떼다.
아쉬움과 미안함과 우려하는 마음을 놓고 다시 징검다리를 건넌다.
하얀 날개를 펼쳐서 우아하게 나르는 왜가리 한 마리, 볕 좋은 뭍에 옹기종기 앉아서 꾸벅꾸벅 낮잠을 즐기는 백로 무리들, 한가롭게 헤엄치며 먹이 사냥하는 쇠오리 떼가 시야 가득 메운다.
물 건너 아름드리 버드나무에도 봄이 꿈틀거린다.
뿌리는 온 힘을 다하여 낭창낭창 늘어진 가지마다 노란빛을 끌어올리고 있다.
노란빛에 햇살 기득 머금으면 곧 연둣빛으로 톡톡 터져 나오리라.
안양천을 걸으며 햇살 샤워를 즐기며
움츠렸던 마음에 기지개를 켠다.
새싹을 틔우고 꽃송이를 피워 내기 위하여 게으름을 걷어 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