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100-8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벽

by 향기로운 민정

백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글쓰기로 한지 일주일이 지나갔다. 하루하루 글제를 끄집어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곡예를 타듯 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일주일을 보냈다. 오늘은 벽을 만난 듯 캄캄하다. 무엇을 글제로 해서 글을 써야 할지,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펜이 갈피를 못 잡고 머릿속은 텅 빈듯하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글제를 못 찾겠고, 머릿속을 헤집어도 글제는 보이지 않는다. 마음만 조급해져 더 막막해진다. 더 이상의 전진할 수 없게 벽이 내 앞에 떡하니 놓여 있는 듯하다. 정녕, 여기서, 이렇게, 이대로, 끝일까? 우러러보면 볼수록 높아 보인다. 뛰어넘지 못할 것 같다. 답답하다. 그냥 주저 않고 포기하고픈 마음이 살짝 고개를 든다. 백일 완주를 꿈꾸었던 마음이 스르륵 무너지려 할 때 냉큼 잡아본다. 이리저리, 요기조기 살펴본다. 포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방법을 찾고 싶다. 당장 넘지 못할 것 같으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쉬다 보면 다시 힘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지금 만난 벽에 그림을 그려 보려고 한다. 좋아하는 들꽃이 만발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채우고 싶다. 잠자리 한 쌍이 날아다니는 모습도 그려야지. 저 멀리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은 단골 아니겠는가! 청아한 풍경에 바람이 불어올 것 같다. 바람은 무엇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리지 않아도,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 두어도 좋을 것 같다. 들꽃에 앉은 꿀벌을 그린다. 향기로운 향기가 폴폴 날 것 같은 달콤함은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겠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에 젖어본다. 힘겨워서 가라앉았던 하루가 두둥실 떠올라 마음이 가벼워진다. 어느덧 청아한 어느 날에 내가 있다. 어느새 쉼이라는 평안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나가는 습관을 내려두고 잠시 쉬어가는 법을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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