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주말농장에 동치미 무를 심었다. 농약도 안치고 비료도 주지 않고 농작물을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말농장 첫해에 알았다. 땅속에 벌레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달팽이 식욕이 얼마나 왕성한지도 처음 알았다. 또 무당벌레의 번식력과 식욕이 달팽이 못지않음을 처음 알았다. 배추는 애벌레 침략도 모자라 달팽이, 무당벌레의 공격에 배추 잎이 남아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일이 손으로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번식력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올해는. 그나마 해충과 애벌레에 강한 무만 심기로 했다. 무는 배추와 달리 처음 싹이 올라와 무청의 모습으로 변해갈 즈음 천연효소 이엠을 살포해 주면 해충도 애벌레도, 병도 없이 잘 자란다는 사실을 첫해에 터득했다, 그 후로는 김장 배추는 심지 않고 동치미 무만 심었다. 오늘도 3번째 동치미 무를 수확했다. 심을 때는 힘들고 가꾸는데 손이 많이 갔지만 수확하는 건 30분이면 충분했다. 수확을 하는 마음은 풍성하고 뿌듯하다. 올해는 여기저기서 동치미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데 수확은 예상만큼 좋지 않았다. 비닐을 씌우고 한 줄씩 심었어야 했는데 세 줄로 심으면서 너무 비좁게 심은 탓에. 크기가 크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어린 무를 솎아 주면서 모종을 했더니 너무 길게 몸살을 앓다가 뒤늦게 자리를 잡아서 많이 크지 못했다. 고생해서 키운 농작물이라서 작은 것 하나도 버릴 수 없었다. 무청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지만 버릴 수가 없어서 데쳐서 시래기를 만들어 냉동실에 저장하고 무는 큰 것은 동치미로 하고 작은 건 총각 무김치 하듯 버무려서 무김치로 하기로 했다. 무는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기를 3번씩 닦다 보니 점심 먹고 시작했던 작업이 저녁나절이 되었다. 바구니에 뽀얀 무가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에 한 번 더 뿌듯하고 든든해졌다.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살짝 맛을 보니 단단하고 맛은 우월했다. 동치미와 총각김치의 맛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