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반갑! 100-5

#책과강연 #백백글쓰기 #14기 #첫눈#회상

by 향기로운 민정

비가 올 것 같았던 하늘에서 첫눈이 펑펑 쏟아진다. 늦은 밤에 혹은 새벽에 잠깐 내리고 흔적을 감추어 버리는 첫눈이 아니다. 한낮에 함박눈으로 쏟아져 완연한 겨울임을 상기시켜 준다. 눈을 맞아보고 싶지만 상황이 아니다. 현관문을 열고 처마 아래서 한참 동안을 서성이며 바라본다. 이렇게 계속 펑펑 쏟아져 쌓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길 미끄러워 운전하기 힘들겠다"라는 누군가의 걱정이 귓가에 나지막이 들어온다. 도시에 눈이 오면 교통지옥이 된다.


그해에도 밤새도록 첫눈이 내려서 제법 쌓였다. 출근하던 노선버스가 3시간 만에 왔는데 만원이었다. 기다리던 버스가 정류장을 통과해 버렸다. 그 후로 2번을 더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억지로 몸을 꾸겨 넣어서라도 필사적으로 탔다. 겨우 출근할 수 있었다. 복잡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2시간을 일찍 나왔건만 1시간을 지각해야 했다. 지각이라는 탈을 쓴 면목은 자리에 앉기에 급급했다. 컴퓨터를 켜는 시간이 길어서 앉기도 전부터 전원 스위치를 켜야 할 만큼 마음이 급했다. 다행히 누군가가 컴퓨터를 켜 놓아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앉으려고 보니, 눈에 들어온 방석이 있다. 우유 빛깔에 레이스가 사방으로 둘려져 있고 까만 학이 수놓아진 방석이었다. 누가 가져다 놓은 지는 모르겠다. 방석을 가져다 놓은 사람의 마음이 온몸으로 전율처럼 퍼져서 내 마음마저도 훈훈해졌다. 따뜻한 그 사람의 마음을 느끼며 바라본 창밖의 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 소복하게 눈 덮인 하얀 세상이 동화 속 풍경처럼 고요하고 따뜻하게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렇게 눈 오는 풍경은 따뜻한 이미지를 내 마음에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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