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는 100-4
100-4. #책과강연 #백백글쓰기#14기
고향에서 꺾어온 대봉 가지를 집안에 걸어두고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2주쯤 지나니 대봉이 익어서 홍시가 되었다. 가지에서 떨어지기 전에 먹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입안에 넣고 달콤함과 부드러운 과육을 음미하며 추억을 더듬는다.
붉게 익은 감을 매달고 서 있는 감나무는 우리들의 간식 창고다. 감 이파리는 지나가는 바람에 떨궈 보내고 검은 가지 끝에 빨갛게 익은 홍시는 구미를 당길 만큼 탐스럽다. 적당히 익은 감은 항아리에 맨 아래에 차곡차곡 넣어두고 익은 홍시는 위쪽에 두고 바로 꺼내 먹도록 저장해 둔다.
흰 눈이 쏟아지던 겨울 어느 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밤이 길다고 느껴질 시간을 만난다. 아랫방에서 친구끼리 왁자지껄 수다 삼매경에 빠지다 보니 간식이 필요했다. 어른들 몰래 살금살금 눈 위를 걷는다. 장독 위에 솜사탕 같은 눈을 걷어낸다. 뚜껑을 열고 홍시를 꺼내 온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간직한 설렘은 우정을 돈독해 준다. 볼을 때리는 찬 바람도 아랑곳 안 하고 꺼내와 이불을 덮고 먹는 맛이란 ‥. 새하얀 눈이 내리던 겨울밤에 이불을 덮고 따끈한 구들장 온기를 느끼며 먹는다. 살짝 언 홍시를 입안에서 녹여가며 먹던 홍시 맛. 꽃 피우던 이야기, 그리고 까르륵 소녀들의 웃음이 밤이 깊도록 문풍지를 흔들었다. 그 겨울의 밤이 길지만은 않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