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3 주먹별이빛나던밤에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별

by 향기로운 민정

TV 화면에 별이 가득한 강원도 밤하늘이 나왔다. 은하수가 흐르는 별밤을 본 지가 언젠지 까마득하다. 어린 시절 별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밤에 맘만 먹으면 볼 수 있었는데‥. 우러러보면 와르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을 이렇게 오래도록 볼 수 없을 줄 알았더라면, 더 많이 눈에 담고. 더 길게 가슴에 담아놓았을 것을‥. 어쩌다 한 번씩 은하수 흐르는 밤하늘에 감탄사만 남발했다. 어느 겨울날 외갓집에 갔는데, 밤이 되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몰래 고구마를 챙기는 것을 보았다. 삼촌들이 검지를 입술 중앙에 가져다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나도 데리고 가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공범이 되었다. 삼촌들 꽁무니를 따라 한밤중에 달빛을 밟으며 따라갔다. 외갓집에서 멀지 않은 내천이었다. 여름에 홍수가 날 때만 냇가 가득 물이 흘러가지만 평상시는 물이 많이 흐르지 않았다. 겨울엔 가뭄으로 더 적은 물이 흘렀다. 냇가를 가로지르는 제방뚝 앞에 시멘트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 삭정이와 썩은 나무들을 모았다. 마른풀을 뜯어와서 불쏘시개로 불을 지피는 동안 나는 춥다며 잔뜩 움츠려 폴짝폴짝 뛰고 있다가, 불을 피우자 쪼르르 달려가 불을 쬐었다. 물이 우렁차게 어둠 속을 두들기며 흘러갈 뿐 사방이 암흑이고 정적만이 고여 있었다. 장작불이 어둠 속에 꽃송이처럼 붉게, 춤을 추며 타올랐다. 겨울바람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모든 것을 꽁꽁 얼리었건만 ‥. 냇가에 부는 바람은 고드름이 옷 속을 파고드는 것 같았었다. 불을 쬐는 앞쪽은 뜨겁고 등과 엉덩이는 냉골이었다. 앞과 뒤를 적당히 돌려가며 불을 쬐는 동안, 삼촌들은 장작불에 고구마를 던져놓고 맥주를 마시며 대화했다. 어찌나 심오했던지 차마 끼어들 수 없었다. 딱히 할 일이 없는 나는, 어둠 속에 꿈틀대는 불꽃만 멍하니 바라만 봐도 좋았다. 앞뒤를 번갈아 가며 추움을 뜨겁게 데우느라 바빴고, 고구마는 더디게 익어가는 것 같았다. 불을 쬐려고 뒤를 돌아 바라본 하늘. 겨울 밤하늘은 성큼 내려와 있었다. 별들이 유난히 더 크고 더 촘촘히 박혀 있었다. 장대로 흔들면 와르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 무리. 주먹만 한 별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은하수에 빠져 있는 나에게 군고구마를 쥐여주었다. 달콤함과 뜨거움이 범벅이 된 군고구마 보다 나를 홀리게 했던 별 무리가 무척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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