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파먹기 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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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넉넉한 일요일이다. 마음도 헐렁해지니 괜히 냉장고를 파헤쳐 본다. 냉장실에 반찬통이 많다. 조금씩 남아 있는 반찬을 먹을 것과 먹지 않을 것을 분류한다. 김치통도 몇 개나 된다. 냄비를 가지고 와서 조금씩 담겨 있는 각각의 김치를 모은다. 한 집에서 가져온 김치가 아니라서 맛도 다양한 김치다. 각각의 김치로 찌개를 통해 새로운 맛을 창작해 보려고 한다. 김치찌개의 화룡점정은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면서 냉동실도 열어본다. 고등어와 삼겹살이 나온다. 잠깐 고민에 빠지게 한다. 둘 중에 하나만 넣어야 한다. 결국 고등어를 선택해서 냄비에 넣고 양념을 해서 중불에 올려놓는다. 김치찌개가 익어가는 동안 냉동실을 파헤쳐 본다. 비닐봉지 하나하나 샅샅이 살펴본다. 떡국떡, 매생이, 굴, 물만두가 나온다. 오늘 저녁은 이들을 모아 매생이 떡국을 해야 할 것 같다. 큰 그릇에 모아서 냉장실에서 해동시킨다. 밤은 조만간 군밤을 해서 마을 어르신과 나누어 먹기로 하고 다시 넣어둔다. 다행히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지나치게 오래된 식품들은 나오지 않았다. 저녁에 끓일 떡국 메뉴만 빼도 냉동실이 홀쭉해졌다. 버리기는 아깝고 쓰기에는 많아서 남겨둔 자투리 재료들을 냉장고에 보관한다. 마음은 상하기 전에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보관했지만 현실은 변질돼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남은 야채가 별로 없다. 자투리 야채가 많으면 오늘 야채 부침까지 하느라 정신없었을 것이다. 냉장고 정리하는 날은 자투리를 모아서 찌개를 끓이거나, 부침이 최고인듯하다. 냉장고가 깔끔하게 비워지니 속도 후련해지는 것 같다. 야채가 없어 부침을 안 하니 비교적 간단하게 냉장고 정리가 끝났다. 냉장고만 파먹어도 3년은 살 것이라는 누군가의 너스레가 갑자기 생각나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냉장고가 작아서 이 정도에서 끝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위안해 본다. 냉장고 정리가 끝났어도 냄비 속 김치는 맛있는 냄새를 품어 내며 찌개로 익어가고 있다. 얼떨결에 하루 끼니가 해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