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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매니저 Jul 25. 2024

상사 때문에 퇴사하고 싶은 너에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주임 때였다. 

대리점에서 판매 대금을 입금하지 않아 

미수금이 3천만 원이 넘었다. 

회계팀과 영업 지원팀에는 입금을 챙기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왔다. 

미수금이 점점 커지자 

미수가 커질 시에는 담보를 잡고 있는 

부동산을 경매로 넘길 예정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거래처는 울산에 있었고 

부산과 울산을 매일 오가며 점주에게 입금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말에도 점주에게 전화를 걸어 입금을 요청했고 

심지어 일요일에는 매장을 찾아가 

입금을 하지 않으면 경매에 들어간다고 했다. 

월요일 아침 

회계팀에서 입금을 확인해 보니 

미수금이 그대로였다. 

곧 경매를 붙여야 한다는 통보가 왔고 

이를 팀장에게 보고를 했다.  

" 팀장님 oo점 미수가 쌓여 회계팀에서 경매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미수를 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팀장이 모를 턱이 없었다. 

다들 할 만큼 했다는 건 

타 부서 사람들까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팀장은 사무실이 떠나갈 정도로 

" 야이 새끼야 그걸 나한테 말하면 어떻게!! 그것도 못 챙겨! 

그 말을 들은 순간 당황스러웠다. 

미수가 쌓이는 동안 보고를 받으면서 

팀원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에 자신은 전혀 

움직이지도 않았으면서 모든 책임을 나에게 전가했고 

이를 사무실에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뜻대로 되지 않는 미수 업무는 나를 괴롭혔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상사와의 관계는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 뒤로도 그는 조용하다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며 나를 혼냈다. 

그럴 때마다 무너지는 거 같았다. 

"퇴사를 해야 하나?" 

일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이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하면 내 감정이 좀 더 편해질까?

그래서 결정한 건 

욕을 먹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가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건 비단 나뿐만 아니었다. 

그가 소리를 지르면 폭포수라 생각했다. 

나를 혼내는 와중에 

" 폭포수 한 번 되게 시원하네"라고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상사를 관찰했다. 

알게 된 것은 그는 다른 것에는 관대하더라도

갑자기 발생되는 돌발 상황에 대해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우 통제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이를 위반할 시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 

보고를 할 때 변수가 발생되는 부분에 대해 미리 언질을 주고 

대응 방안도 같이 보고를 드려보니 

놀랍게도 이전처럼 소리를 지르지 않게 되었다. 

난 그가 무척 싫어서 

그가 말할 때 처다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관찰을 하다 보니 그가 말할 때 귀를 기울이게 되고 

어떤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리액션도 하게 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리액션에 더욱 신이 나 이야기하는 

팀장을 보니 

" 이 사람도 타인의 인정에 약한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팀장과 2년을 더 근무했다. 

나를 죽도록 힘들게 했던 그 팀장과의 관계 후 

새로운 빌런 상사를 만나도 

이전처럼 힘들지는 않다. 

모든 사람은 

그 만의 중요한 것이 있다.  

타인의 잘못을 들추어내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내면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경향이 많다. 

그럴 땐 먼저 인정제공자가 되어보자 

나의 업무에 트집을 잡고 

노고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사가 있다면 

그의 내면의 숨겨진 어린아이를 바라보자. 

그리고 난 당신의 인정 따위는 필요 없으니 

내가 너를 품고 인정해주겠다는 넓은 마음을 가져보자 

설령 그가 소시오패스로 

혼을 내며 당황하는 팀원들을 볼 때 

기뻐하는 사람이라도 

흔들리지 말자. 

그의 욕을 폭포수라 생각하던지 

개가 짖는다고 생각해라 

그의 욕이 나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자. 

나를 상처 입힐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는 걸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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