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없지만 다 돌아다닌다. 뚜벅이여행자
레이크 루이스에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온 밴쿠버. 장작 12시간이 걸린 밤 버스는 처음 겪어보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웬만하면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은 버스입니다. 그 시간 동안 버스에서 쭉 잔다면 시간을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예약을 했는데, 익스프레스 버스임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간격으로 터미널에 들르고 그때마다 기사 아저씨께서 방송을 하시기 때문에 잠이 깰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고된 시간을 보낸 후 다음 날 아침 9시 정도에 밴쿠버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곳은 비가 많이 오기로 소문난 곳인데, 어쩐 일인지 2017년의 1월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기사 아저씨께서 우리 대부분이 밴쿠버로 비를 보러 온 것일 텐데 미안하게 됐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실 정도였습니다.
밴쿠버 그레이하운드 정류장은 건물이 있는 '진짜' 정류장이었습니다. 아침을 못 먹은 탓에 배가 고팠지만 정류장 내의 식당들이 10시에 열기에 한 시간 동안 세수를 하고 계획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Sushi Zone'이라는 식당이 있어 일식을 먹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메뉴판에 불고기 돈부리, 불고기 벤또 등이 있길래 주인아주머니께 여쭤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국분이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캐나다에 있는 대부분의 일식집은 한국인이 운영을 한답니다. 캐나다에 있으면서 여태까지 일식집을 세 곳 정도 가봤는데, 전부 한국인이 주인인 곳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정통 일식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한식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밖을 돌아다니기 전에 우선 호스텔에 짐을 맡기기 위해 가까운 역으로 갔습니다. 정류장의 정문으로 나가 바로 왼쪽을 보면 가까이에 Main Street-Science World Station이라는 스카이트레인 정류장이 있습니다. 이곳의 자동 티켓 발급기에서 일회용 티켓이나 daypass를 구입하면 됩니다. 저는 여러 군데 다닐 생각으로 9.75달러짜리 daypass를 끊었습니다.
밴쿠버 대중교통 하면 생각나는 게 'zone'인데요, 처음에 한국에서 이 zone을 찾아볼 때 너무 헷갈렸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정말 간단합니다. 일단 여행객이라면 대부분 zone 1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만약 공항을 이용하거나 North Vancouver를 가고 싶다면 이는 zone 2에 해당합니다. zone 3는 웬만해서는 갈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zone 1이 가장 저렴하고 3으로 갈수록 가격이 조금씩 오릅니다. 또한 zone을 이동할 시 추가 요금을 내야 합니다. 자신이 가는 곳이 어느 존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고 돈을 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스카이트레인을 이용해 공항을 갈 때, 역에서 zone 2에 해당하는 가격을 내고 티켓을 끊으면 됩니다. daypass에는 zone의 개념이 없고, 평일 6:30분 이후, 금요일 저녁 6시부터 일요일 12시까지는 zone 개념 없으니 전부 zone 1에 해당하는 돈을 내고 타면 됩니다. 이를 완벽히 숙지하지 못하더라도 안내원에게 여쭤보면 친절히 가르쳐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밴쿠버에서 지낸 호스텔은 Samesun hostel입니다. 앞서 밴프에서 언급했던 호스텔의 다른 지점입니다. 1층에는 조식 식당 겸 펍을 운영하는 공간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면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넓은 라운지가 있습니다. 밴쿠버에서는 길마다 street의 이름과 숫자가 있고, 그 스트릿 표지판을 따라 찾아가면 금방 길을 찾을 수가 있는데 처음에는 잘 몰라 호스텔을 찾아갈 때 이곳저곳 헤맸습니다. 하지만 친절한 밴쿠버 사람들 덕분에 길을 잘 찾을 수 있었죠. 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여럿 다가와서 같이 길을 알려줬는데, 이러한 친절이 고마우면서도 놀라웠습니다. 이 도시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은 시민의식 덕분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이 호스텔이 있던 Granville 거리는 밴쿠버의 번화가로 많은 펍들과 클럽이 모여있습니다. 그랜빌 스트릿으로 간다고 했더니 펍에 가는 길이냐고 물어본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게스타운(Gas Town), 캐나다 플레이스 등이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깝습니다. 또 유명한 거리가 Robson 거리인데, 이곳에 가면 맛있는 식당들이 많고 특히 한인 유학생들이 많이 모여있다고 합니다. 가보지 않아서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구글맵으로 버스를 검색해서 스탠리공원으로 갔습니다. 와이파이가 되는 호스텔 안에서 미리 목적지를 검색하고 나와서는 GPS로 내 위치만 확인하면 데이터 없이 길을 쉽게 찾을 수가 있습니다.
첫째 날, 짐을 맡기자마자 향한 곳은 스탠리공원입니다. 길을 나서기 전, 구글맵을 통해 버스 두 번을 타고 공원으로 가는 길을 찾았지만 호스텔 직원이 두 번째 버스 정류장이 가까우니 굳이 갈아탈 필요 없이 걸어서 19번 버스를 타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길 찾느라 또 한 번 한참 애를 먹었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며 20분 정도를 걸은 결과 겨우 정류장을 찾아서 탔습니다. 길눈이 밝은 편이 아니라면 구글맵에 나온 대로 버스를 타자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쭉 가다 보면 '스탠리 공원'이라는 말이 들어간 정류장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정류장이 한 개가 아니길래, 혹시 잘못 내릴까 기사님께 어느 정류장에 내리는 게 맞는지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기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스탠리 공원 자체가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큰데 어느 곳에 가고 싶냐는 것입니다. 오기 전에 좀 더 찾아볼걸, 후회하며 처음 오는 거라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니 기다리라시며 버스가 마지막으로 정차하는 곳에 내려주셨습니다. 그리고는 그 앞에 있는 지도를 보며 이곳저곳 길을 알려주셨죠. 기사님이 아니셨으면 방향도 모른 채 이곳저곳 방황했을 뻔했습니다. 처음으로 간 곳은 기사님께서 추천해주신 밴쿠버 아쿠아리움이었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밴쿠버 아쿠아리움으로 오라는 표지판이 많이 붙어 있어 길을 잃은 걱정은 없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청설모를 정말 많이 봤는데, 캐나다에 몇 달 지낸 후에는 동물들을 너무 많이 봐서 별 감흥이 사라졌지만 이때는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게 신기해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일반 성인 가격은 36달러이지만, 학생이라면 27달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티켓을 살 때 학생증을 보여주면 되는데, 교환학생 학교의 학생증은 아직 받지 못했고 우리 학교 학생증은 한국에서 들고 오지 않아서 ISIC 체크카드를 보여줬습니다. 이 아쿠아리움은 비영리 집단으로, 자생할 수 없는 바다 생물을 데려와서 치료해주고 다시 방생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도리를 찾아서에 나오는 아쿠아리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뱀, 앵무새, 돌고래 등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도 많았지만, 나무늘보나 박쥐 등 볼 기회가 흔치 않은 동물들도 있었고 가오리를 직접 만져보며 가오리의 멸종 위기에 대해 배우는 유익한 활동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같은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벽에 머리만을 쿵쿵 박던 고래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얼른 회복해서 바다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쿠아리움에 갇혀 사는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폐사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이곳은 널찍한 수족관을 갖추고 있어 진정으로 바다 생물들의 안정과 자생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향한 곳은 토템 폴(Totem pole)이었습니다. 아쿠아리움에서 나와 바다를 따라 왼편으로 쭉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기둥들이 눈에 보이는데, 이는 원주민들이 토템 상을 새우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으로 반인반수의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사실 '토템 폴'이라는 말은 백인들이 만들어낸 것이고 본래는 각 기둥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스토리 폴'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이날은 중국에서 단체관광을 왔는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얼른 보고 자리를 떴습니다.
바다를 따라 걸으며 멀리 바라보면 눈 덮인 산이 빼꼼히 나온 것이 보입니다. 날이 맑게 개어서 멀리까지 볼 수 있었죠. 경치도 좋고 무엇보다 한적해서 좋았습니다. 연인과 손을 잡고 산책하거나 조깅하는 주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구글에 스탠리공원을 검색하면 사람들이 공원에 앉아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즐기는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쌀쌀한 겨울날이어서 그러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역시 여행은 따뜻할 때 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다시금 되새겼습니다. 이외에도 Girl in a wetsuit 동상, 등대 등 볼 만한 것들이 더 있었지만 더 올라가기는 시간상 부담이 되어 가지 않았습니다.
밴쿠버 여행을 검색하면 항상 나오는 것 중 하나인 잉글리시 베이 비치(English Bay Beach). 아름다운 해변가를 기대했지만 날씨가 날씨인지라 역시나 그냥 한적한 바닷가였습니다. 바로 길을 건너면 모턴 파크(Morton Park)라고 자그마한 공원이 나옵니다. 여기에 'amazing laughter'라는 웃는 동상들이 있는데, 작년 미술 교양 수업 때 배운 적이 있어서 꼭 직접 보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동상 앞에는 이를 보는 모든 사람이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글귀가 쓰여있고, 많은 사람들이 동상 앞에서 웃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동상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분께서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하셔서 저도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그랜빌 아일랜드였습니다. 구글맵에서 페리 선착장으로 가라고 하길래 모턴 파크 바로 앞에서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갔는데 이곳은 대중교통인 seabus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페리로 왕복 5달러가 넘는 돈을 따로 내야 했습니다. daypass를 끊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었는데, 의사소통이 잘못됐는지 이 페리가 그랜빌 아일랜드로 가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이해를 해서 왕복 티켓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기억을 되살려보니 한 블로그에서 걸어서도 그랜빌 아일랜드를 갈 수 있다고 한 게 생각났고, 퍼블릭 마켓(Pulic Market)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역시나 버스를 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까웠지만 이미 왕복을 끊었으니 돌아갈 때 그걸 타고 페리 선착장으로 다시 가서 호스텔로 돌아갔습니다. 특별하게 바다를 건너 그랜빌 아일랜드를 가보고 싶다면 편도로 타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퍼블릭 마켓은 듣던 대로 정말 큰 시장이었지만, 슬프게도 혼자 돌아다니는 건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배가 고파서 콩과 치즈가 들어간 또띠아를 하나 주문해서 저녁 겸 먹었는데, 콩의 향이 제 취향이 아니어서 반 정도만 먹고 버렸습니다.
그랜빌 아일랜드에는 퍼블릭 마켓 말고도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있습니다. 빵집부터 시작해서 아기자기한 문구점까지, 여기저기 둘러봤습니다. 몇 개 구입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저렴한 편이 아니라 구경으로만 만족했습니다. 늦저녁이라 그런지 상점들이 반짝거리는 불빛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화려한 불빛 가운데를 거니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랜빌 아일랜드를 둘러보고 난 후 내린 결론은 '잠깐 들리기엔 괜찮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흥미로운 곳은 아니다'였습니다. 그렇게 그곳을 나와서 호스텔로 향했습니다.
둘째 날, 호스텔에서 조식을 먹고 여유롭게 게스타운(Gastown)으로 향했습니다. 전 세계에 스팀클락이 딱 두 대밖에 없다는데 한 개가 바로 이곳 밴쿠버 게스타운에 있습니다. 15분마다 시계가 증기를 내뿜으며 노랫소리를 들려주는데요, 밴쿠버에 처음 간다고 했을 때 이곳에 살던 친구가 밴쿠버는 정말 볼 게 없다고, 특히 게스타운이 볼 게 없다고 얘기를 해주었는데 정말 생각한 것보다 볼 게 없었습니다. 스팀클락을 보고 사진을 찍은 후, 조금 걸어 다니다가 증기가 나오는 순간을 보기 위해 바로 앞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카라멜 프라푸치노 그란데 사이즈를 시켰는데,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저렴했지만 세금이 붙고 나니 5.20달러로 크게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맛은 우리나라 게 더 맛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증기를 본 후, 서스펜션 브릿지(Suspension Bridge, 현수교)를 가기 위해 노스밴쿠버(North Vancouver)로 떠났습니다. 이 날은 주말이라 zone의 개념이 사라져서, 노스밴쿠버는 zone 2에 있지만 조금 저렴한 zone 1의 가격으로 버스를 탔습니다. 노스밴쿠버에는 두 개의 서스펜션 브릿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린 캐년에 있는 브릿지고 다른 하나는 캐필라노(Capilano) 캐년에 있는 브릿지인데 후자는 유료이기에 린 캐년의 서스펜션 브릿지를 선택했습니다. 특히 이곳이 트와일라잇의 촬영지였다는 사실이 절 설레게 했습니다. 스타벅스 안에서 버스 정류장을 찾고 3분 정도 걸어서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건너서 한참을 들어갑니다. 다운타운과 노스밴쿠버를 잇는 라이온스 게이트(Lion's Gate Bridge)는 캐나다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다리로 유명하다지만, 나중에 캐필라노 브릿지를 갈 때 들어보니 이 다리의 차선이 적고 통행량이 자주 밀려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긴 시간을 버스를 타고 계속 들어가다 보니 정류장을 잘 확인하고 있는 것인지, 내릴 곳을 놓친 것은 아닐지 순간 불안해졌습니다. 그래서 앞에 앉으신 예쁜 여자분께 린 캐년에 가려면 이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이 맞냐고 여쭤봤는데, 고맙게도 자신이 그 근처에 사신다며 데려다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시는 영어 선생님으로, 제자들 중에 한국인도 많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려 15분 남짓 걸어가며, 캐나다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밴쿠버 중에서 노스밴쿠버는 특히 더 비싸서 혼자 살 집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 여름이 되면 린 캐년의 절벽에서 반대편 절벽을 뛰어넘는 장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빈번히 사망자가 나타난다는 얘기, 이곳에서 트와일라잇뿐만 아니라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이라는 다른 드라마도 촬영을 해서 보러 갔다는 얘기 등, 걸어가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막상 가보니 겨울이라 대부분 얼어있어 생각했던 것보다는 별로였습니다. 눈이 너무 쌓여서 길이 미끄러웠고, 추워서 산책할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곳 서스펜션 다리는 관광 목적이라기보다는 주민들이 산책할 때 건널 다리 용으로 만든 거라 무료 개방이고, 그런 만큼 짧고 평범합니다. 그렇지만 다리 밑으로 보이는 폭포는 정말 예쁩니다. 폭포를 찍으려는 순간 카메라 배터리가 방전돼서 못 찍고, 서스펜션 다리도 못 찍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을 했죠. 구경을 마친 후 바로 앞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 들어가려 했는데, 겨울에는 개방이 안 된다고 해서 아쉬움을 머금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나가는 길목에 Ecology Center라는 건물이 조그맣게 있는데, 안에 들어가면 캐나다가 발전해온 모습과 캐나다의 생태계 등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생물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집의 앞마당, 작은 정원, 발코니 등을 동물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짓자는 그림이었다. 이렇게까지 자연친화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걸어가는데, 주변에 있는 주택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평소에 미드나 영화를 보며 상상하던 거리들이었죠. 각자의 집이나 마당을 알록달록 꾸며놓은 길을 걸으며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노스밴쿠버에는 캐년 말고도 근처에 Deep Cove라는 유명한 항구와 Cleveland Dam도 있는데 가지는 않았지만 버스가 운행하니 원한다면 이곳도 들리면 좋을 듯싶습니다.
호스텔에 도착해서 카메라 배터리를 갈고 10분 조금 넘게 걸어서 캐나다 플레이스(Canada Place)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밴쿠버의 상징 같은 곳으로, 1986년 만국박람회를 기념하는 의미로 세워졌다고 합니다. 멀리 바다를 내려다보는 야경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사진을 막 찍었지만 제 사진들이 풍경을 다 못 담는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웠습니다. 캐나다 플레이스에는 4D 입체영상 Flyover가 있는데요, 좋았다는 평이 자자해서 학생 가격으로 19달러 정도를 내고 타봤습니다. 처음 안에 들어가면 석조전 미디어 파사드 같은 부서지고 무너지는 영상을 서서 짧게 보고, 이후 본관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10여분 동안 마치 하늘을 날며 캐나다의 유명 장소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비행을 시작합니다. 여름의 레이크 루이스부터 나이아가라 폭포, 설산, 광활한 초원 등 각지의 아름다운 모습들과 그에 맞는 적절한 사운드와 향기, 그리고 종종 튀는 물이 뒤섞이며, 우리나라도 아닌데 캐나다에 대한 애정을 샘솟게 만들었습니다.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멋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런 어트랙션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셋째 날, 원래는 당일치기로 빅토리아 섬을 갈 계획이었습니다. 여름에 절경을 자랑하지만 겨울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것 같아 고민했지만, 시간도 남고 이왕 밴쿠버에 온 김에 갈까 생각을 했죠. 하지만 찾아보니 겨울이라 밴쿠버와 빅토리아 섬 사이를 오가는 페리가 운행을 자주 하지 않았습니다. 아침 스케줄은 7시, 9시, 11시 이렇게 있었습니다. BC 페리 사이트에 들어가면 밴쿠버-빅토리아(Tsawwassen-Swartz Bay) 운행의 스케줄을 볼 수가 있습니다. 호스텔에서 페리 선착장까지 대중교통으로 넉넉잡아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려서 9시 것을 타려고 했는데,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사실 꼭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고의적으로 늦잠을 잔 것 같습니다. 일단 준비를 대충 하고 서둘러 조식을 먹던 중 같은 테이블에서 한국인을 만났습니다. 심지어 제가 몇 주 후 교환학생을 가는 학교에 다니는 언니였습니다. 그 언니는 같은 학교 친구인 중국인과 같이 왔고, 같은 방을 쓰는 일본인 친구와 함께 셋이 여행하는 중이었습니다. 반가워서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다가 어차피 늦은 거 빅토리아를 포기하고 이쪽에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캐나다플레이스 다시 갔습니다. 아침에 가니까 저녁에 보는 것과는 경치가 또 달랐습니다. 둘 다 예뻤지만 야경이 특히 더 아름다웠다고 생각됩니다. 셋이서 Flyover를 타는 동안 근처 서브웨이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아침에 못 즐겼던 여유를 즐겼습니다.
곧이어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많이 오지는 않아 게스타운으로 가서 만나기로 예정되어있던 일본인 친구의 또 다른 친구를 기다렸습니다. 이 친구는 밴쿠버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스타운에서 Trees organic cafe가 치즈케이크로 유명하다는데, 그 전날 혼자 왔을 때는 카페를 못 찾아서 안 갔지만 이 날 다 같이 이곳에서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기대한 것만큼 입에서 살살 녹는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이 순간마저도 침이 넘어갑니다. 일본인 친구를 만나고, 비가 점점 세차게 내리는데 우리 중 아무도 우산을 안 갖고 나와서 결국 다시 호스텔로 돌아가 우산을 챙기고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로 가는 셔틀 정류장에 갔습니다. 캐나다 플레이스의 Flyover 매표소 앞으로 가면 셔틀 표지판이 있습니다. 무료로 운행을 하는 셔틀입니다. 사람들이 다 타자 셔틀 내 불을 끄시길래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기사 아저씨는 그 순간부터 우리가 내릴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말을 하셨습니다. 밴쿠버가 얼마나 아이스하키를 못하는지, 토템 폴은 사실 원주민들 용어로 스토리 폴(Story Pole)이라고 한다든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날이 1월 8일이었는데, 크리스마스 전구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확실히 유료로 운행되는 관광지라 그런지 전구로 예쁘게 꾸며놓기도 했고, 다리만 달랑 하나 있는 것이 아니라 옆에 토템 폴과 서스펜션브릿지에 대한 설명 등 볼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비가 끊임없이 와서 사방이 어두웠는데, 전구가 그나마 길을 밝혀줬습니다. 게이트 앞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우비를 입었는데, 사진기를 꺼내면 어느새 빗물에 깨끗하게 씻겨져 있는 것이 렌즈까지 씻겨나갈까 봐 무서워서 많이 찍지는 못했습니다. 캐필라노 브릿지는 세상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 하는데요, 이 다리를 건너면 연못이 나오고 좀 더 올라가면 여러 개의 짧은 다리들이 나무 사이사이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아름다워서 감탄사를 내지르며 걸었지만 점점 갈수록 노동을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가 안 오고 덜 어두웠다면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을 것 같은데, 이날은 깜깜해서 도통 앞이 보이질 않으니까 숨은 차오고 그냥 이 길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리 구경을 마친 후 다시 셔틀을 타고 돌아와, 하버센터 타워 꼭대기에 있는 클라우드 9(clound 9)에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밴쿠버의 전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회전식 레스토랑이죠. 가격은 30달러 조금 넘는 다소 비싼 레스토랑이었지만 마지막 날을 기념하자는 의미에서 다 함께 갔습니다. 저는 바로 창가 앞에 앉았는데 바닥이 돌아가는 것이 직접 보여 어지러웠지만 고개를 들면 창밖으로 아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져있어 좋았습니다. 저녁 메뉴로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칠면조 요리를 시켰는데, 잠시 후 종업원이 찾아와 문제가 생겼다며 제 주문을 양고기로 잘못 받았답니다. 뭐 어쩔 수 없으니 괜찮다고 했는데, 대신 돈을 안 받겠다고 해서 웬 횡재냐 하며 좋다고 했죠. 그렇게 먹은 양고기는 생각보다 괜찮았고, 식사 후 후식으로 나온 초콜릿 케이크까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넷째 날, 밴쿠버에서의 마지막 날, 일찍 일어나서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늦잠을 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나섰습니다. 근처에 있는 스카이트레인 역으로 가서 공항에 잘 도착을 하고, 다음 행선지인 LA로 향했습니다.
밴쿠버에 대한 정보
살기 좋은 나라 밴쿠버는 캐나다에서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이다. 밴프와 달리 길에서 아시아인을 자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