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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Mar 22. 2024

쓰는 삶

매거진 목적

지난 11월 윤고은 작가 북토크가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윤고은 작가의 목소리를 ebs 라디오로 들으면 옥구술 같은 청량감이 무엇인지 그려진다. 윤고은 작가 작품을 몇 개 읽었다. 장편과 단편을 넘나드는 작가 글에 끌려 북토크에 가고자 했다. 장소는 ‘아직 독립 못한 책방’으로 유명한 독립서점이자 약국이다. 마포구에 있는 푸른 약국 내 서점으로 서울역에서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라 부담도 적다. 북토크만 참석하기 아까워 다른 곳에 들렀기 때문에 서울역에서 이용하는 교통편은 중요하지 않았지만.


진핑크에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나타난 작가는 오후 약속에 쓴 모자라 머리가 눌렸기 때문에 벗을 수 없으므로 그대로 북토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불타는 작품>으로 염승숙 작가가 사회를 봤고 윤고은 작가가 답을 했다. 북토크가 끝나고 사인회가 있었다. 내 앞에서 사인받는 독자는 윤고은 작가가 기억할 만큼 몇 번의 북토크를 찾아갔나 보다. 얼굴을 보자마자 작가가 알아 봤고 담소를 나눴다. 글쓰기에 관한 얘기였다.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글 쓰는 고충에 관한 분위기로 보인다.


나도… 질문 하나 할까. 뭐 하지. 작가에게 물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글쓰기 모임도 하고 책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본 적도 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내려고 하면 겁이 덜컥 난다. 내 글이 SNS(블로그, 인스타 등)에 흘러가는 장소에 머물러 있는 건 개의치 않은데, 책으로 내자는 말을 듣는 순간 참여했던 프로그램에서도 그만둔다. 책을 내는데 겁이 문제지만 보이지 않는 막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떡하면 좋을까.


작가는 말했다. 그런 사람들 정말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쓰는 거다. 쓰는 삶을 사는 것과 쓰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꼭 쓰는 삶을 살길 바란다. 쓰는 삶을 살아요, 우리 라고 했다.

작가의 말을 듣고 그래 쓰는 삶을 사는 것. 그거면 됐지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뒤돌아섰다. 후에 브런치 스토리 작가 승인도 났다. 그런데 무슨 글을 쓰냐. 아무래도 계속 잡설만 쓰고 있지 않은지 반문한다. 주제도 없고 맥락도 없고. 뚜렷하고 일관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데 찾지 못한다.

내겐 책 인연들이 몇몇 있다. 그중 성은 님이 있다. 성은 님은 일주일에 한 번 메일링 서비스를 하고 나는 구독자다. 성은 님이 내신 책 <어느날 갑자기, 책방을> 읽고 차분한 글 분위기에 매료되어 이런 분위기 글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에 한 번 도착하는 편지에 답장을 보낸다. 답장을 쓰는 마음으로 글 쓰는 연습을 하려 한다. 매달 모이는 글쓰기 모임을 위한 숙제도 옮겨서 남기고. 일기처럼 쓰는 글이 되지 않기 위해 써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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