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글쓰기 모임 숙제 : 말투
<먹고살고 글쓰고> 책을 읽고 있다. 책 소개를 간단하게 하자면 소설가, 시인 등 작가 9명이 쓴 글쓰기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작가로 먹고살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다들 이걸 하려고 하나. 현실을 직시하세요, 작가 거창한 거 없습니다. 직업을 그만두지 말고 취미로 하세요. 그런 내용이다.
세 번째 송승언 작가의 글을 막 읽었다. 그는 시인이자 편집자이며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송승언 작가 글 제목이 <사실 당신이 쓰는 글에는 별 가치가 없다, 내 글이 그렇듯이>다. 이 책을 설명한 앞의 문장처럼 이 글도 시인의 연봉과 우리나라 시인의 수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상상의 시인 노동자 S를 만들어 문예지, 글쓰기 강좌, 앤솔로지로 일 년에 펴낸 글을 포함해 꾸준히 시집을 내는 S가 11년간 1억 1천 830만 원을 벌었다고 가장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계산하고 보니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시인의 연간 평균 소득과 거의 일치했다. 다만 작가는 상상의 S가 제법 잘 나가는 전업 시인으로 설정했다. 등단 11년차의 잘 나가는 시인 S의 수익을 보고도 S처럼 전업 시인으로 비루하게 살기를 꿈꾸는지 묻는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시인이 많은 나라라고 한다. 구체적인 수는 모르지만 몇만 명은 될 거라고도 한다. 주영현 시인이 “『문예연감 2018』에 따르면, 문학 잡지(시)의 숫자가 538종에 이르며 한 해에 1명씩만 배출해도 538명이다. 그런데 문예지는 1명씩만 배출하지 않는다. 2명씩 계산하면 1,000명이 훌쩍 넘는다. 이렇게 해서 10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면 시인, 1만 명이라는 숫자가 나온다”라고 <‘문단에 등단을 했다’ 이 말의 의미>, 오마이뉴스, 2020. 09.15에 썼다. (송승언, 사실 당신이 쓰는 글에는 별 가치가 없다, 내 글이 그렇듯이 중에서)
그러니 송승언 작가는 글에서, “아예 취미 작가라고 생각한다면 요새는 더 쉽다. 돈 주면 책 만들어주는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으니까. 다른 길도 있다. 당신이 작가가 되지 않는 길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당신이 시인을, 작가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길이다. 당신은 계속 쓰고 싶은 글을 쓰면 된다. 당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홈페이지에 올리고,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다른 플랫폼에 올려라. (벌써부터 유료 플랫폼에 올려서 돈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제발!).” 이라고 말했다.
아, 뜨끔했다. 그가 얘기하는 무리 중에 내가 끼어있는 기분이 든다. 유료 플랫폼에 글 쓸 실력이 되지 않음을 일찌감치 알았기에 과감하지 않지만 소소하게 연재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꾸준히 5개를 쓴다. 적어도 5개. 어떤 주는 매일 쓰기도 한다. 이쯤이면 작가가 얘기하는 무리 중에 하나라고 할 만하다. 일주일에 5개의 글을 쓰면서 문장의 마침표 찍기 직전이 가장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방금도 나는 ‘무리 중에 하나라고 할 만하다’를 두고 몇 번이나 고쳤다. ‘무리 중에 하나라고 할 테다’, ‘무리 중에 하나겠지’, ‘무리 중에 끼어있다고 할 수 있다’ 등 여러 맺음을 생각했다. 또 뭐가 있냐면, ‘보다’로 끝나는 문장도 많다. ‘-보다’로 끝나는 문장을 쓰게 된 계기는 ‘것이다’를 피하려고 사용하게 되었다.
문장 끝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앞도 마찬가지다. ‘사실’, ‘요즘’ 같은 입말을 넣고 싶다가도 참는다. 접속사도 되도록 넣지 않으려고 한다. 접속사를 넣지 않으려고 하니 ‘아’ 같은 감탄사는 또 어찌나 많이 들어가는지. 어떤 작가는 의성어 의태어를 넣어서 글을 쓰지 않도록 주의하라지만 반대인 작가도 있다. 의성어 의태어로 글이 풍부해지면 굳이 아껴야 하냐는 말이다. 가만히 보면(음… 이렇게 중간에 ‘보면’도 꽤 쓰는군) 추임새 같은 말도 많이 쓴다.
글을 다 쓰고 맞춤법 검사를 하면서 눈에 띄는 반복되는 단어가 보이면 다시 읽으며 다른 단어로 고쳐 쓰기도 한다. 내가 읽어도 이상한 글이면 몇 없는 이웃이나, 구독 중인 독자에게 글을 읽는 시간을 허비하게 했으니까. 그 사람들이 내 글을 꼼꼼히 읽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 그러면 민망한 글에 더 민망해지잖아. 브런치 스토리는 블로그처럼 정보를 중심으로 쓰는 글이 아닌 일기 같은 개인적인 글의 성격이 강하다. 작가라고 모두 칭하면서 글을 쓰는데, 어떤 사람들은 독자가 1000명이 훌쩍 넘는다. 매일 1000개의 글이 올라오지 않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많은 수의 독자 글을 어떻게 읽어내는지. 나는 주말에 몰아서 읽는 편이다. 미루었던 글들을 읽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이러다가 노안(중년안)이 더 심해지지 싶어 걱정된다. 댓글은 더더욱 달지 않는다. 내 글에도 댓글이 안 달렸으면 좋겠지만 진심으로 읽어주신 분들의 댓글은 감사함이 우선이라 며칠이 지나 늦더라도 단다. 이런 독자나 이웃 한 명을 위해 나는 글을 쓰다가도 지우고 다시 쓴다.
오늘 모임을 위해 2장가량의 글도 back, delete를 몇 번이나 눌렀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