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8
첫째의 여덟 번째 생일이다.
외할머니와 생일이 나흘 차이라 외갓집에서 함께 생일 “파티”를 하기로 하고, 가족끼리는 간단히 축하 촛불만 켜기로 했다. 먹는 것에 도통 관심없는 아이인지라 케익은 고르지를 못해 좋아하는 젤리에 초를 켰다. 쁘티첼 생일 초. 말랑말랑한 젤리에 갸날픈 초를 꽂은 게 재밌다고 깔깔 웃고 좋아하는 모습이 이쁘기도 해라.
촛불을 끄고 8년 전 오늘을 이야기해줬다. 전 날 저녁을 먹고 택시를 타고 남편과 병원에 갔던 것. 이상한 옷인지 거적때기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출산복을 입고 입원했던 일. 아기 낳으러 가서 누워있는데 임신 8개월차 의사가 와서는 자기 배보다 작다며 웃어서 (속으로) 놀랐던 일. 진통으로 아파 죽겠는데 마취과 의사가 굳이 진통 가실 때마다 설명서를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사인을 받아간 일 등등.
이전만큼 생생하진 않아도 드문드문 떠오르는 출산의 날. 아이를 낳고 희한한 아침상을 주며 “커피 줄까?” 물어보던 간호사의 얼굴. 휠체어에 옮겨 타고 입원실에 갔던 것까지.
그땐 힘들었던 일들이 어느새 시간 속에 지워지고, 어느덧 만 여덟 살의 아이가 되어 엄마랑 투닥거린다. 매일 입버릇처럼 “언제 이렇게 컸지?” 하듯 훌쩍 커버린 아이. 마냥 아가같은 둘째와는 다른 큰 언니의 냄새가 나는 첫째.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