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21
요즘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지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참 집중력이 짧아졌다는 것이다.
이 글 역시 그 짧아진 집중력에서 튀어나온 생각 중 하나이다. 책을 읽다가 그냥 아무 이유없이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을 집어들고 무의식적으로 이것저것을 차례로 눌러보고 내려놓는다. (심지어 너무 재미있는 책인데도!)그리고선 다시 그 다음 문장을 읽는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반복되는 행위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내가 진짜 노예구나’ 싶어져 일부러라도, 열심으로, 최선을 다해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 자제하고 책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아무리 재미있고,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핸드폰은 내 곁을 좀처럼 떠나질 않는다. 너무 재미있고, 마음에 들수록 그걸 핸드폰으로 찍어두고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더 그렇다.
오늘 가족들과 서점에 들러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우연히 수능영어 문제집을 발견했다. 수학은..정말 외계어였다. 분명 수능을 봤고, 나름 좋은 대학을 나온 것 같은데..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지, 시도조차 못하겠어서 한숨을 쉬고 책을 덮었다.
윤리와 사회..뭐였더라. 정확한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나 때로 치면 “사탐” 영역 문제집을 펼쳐 풀어보니 대충 풀 수 있었고 나름 답도 맞췄다.
그리고 대망의 외국어 영역. (언어 영역은 내가 수능을 보던 시절보다 더 길어진 듯한 지문 길이가 까마득해서 얼른 덮어버렸다. 원래도 이렇게 길었나 싶었던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 지문. 읽다가 한 시간은 지나갈 것 같았다.) 외고를 졸업한 나는 그 당시 학교에서 외국어 영역은 (재수없지만) 당연히 만점을 받아야하는 분위기였던지라 틀리면 큰일나는 영역이었는데, 웬 걸. 한 문장을 제대로 읽기도 벅찼다. 아니, 나 나름 유학도 다녀온 여자인데? 이렇게 영어를 못읽는다고?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마음을 달래가며, 다른 생각이 비집어 나오려는 걸 최선을 다해 억누르며 집중해서 겨우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나이 40이 넘어 수능 문제 푸는 게 뭐 대단한 일일까 싶지만은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한 번 경험해볼 것을 추천..) 내 집중력이 이렇게 짧아졌다고? 문제 하나 지문 읽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문장 한 줄 읽고 이해하는 게 그렇게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할 일이었나.
생각해보면 운동한답시고 조금 걷고 뛰는 중에도 수천 번은 쳐다보는 핸드폰과 워치, 엘리베이터를 타는 잠깐의 순간에도 괜히 눌러보는 핸드폰. 이게 중독이 아니고 뭔가. 버릴 수도 없고 멀리 던져버릴 수도 없고.
뭔가 괜히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