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7
고요하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다. 고요하다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아무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매일의 일상은 시끄럽고 정신없는 시간과 분으로 채워지지만, 돌이켜보면 조용하다.
여름은 뜨겁게 지나갔다. 엄마의 암수술, 아이들의 여름방학 모두 시끌벅적했지만 한순간이었다. 엄마의 암은 정말 다행스럽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진단받고 수술과 퇴원하기까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고 끝났다. 암이라는 병에서 “끝났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으면 안될 것 같은 불경한 단어처럼 들리지만, 그렇게 내치듯 단호히 선언하고 싶은 마음이다. 앞으로 계속 먹게 될 호르몬 약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지만, 이만하면 다행이지 하는 안도감.
슬럼프가 와서 손에 쥐지 못하는 유리 칼도, 다가올 가을엔 다시 잡아야할 테다. 그 전에 찌꺼기처럼 남아 있는 마음들, 몸의 감각들을 흘려보내기 위해 보내는 나날들이다. 조금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시금 바짝 정신이 곤두서겠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날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