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8.목요일

장기하와 얼굴들 다시 듣기

by 덩이
드르르륵 구름

요즘 아이와 같이 즐겨 듣는 음악은 댄스 경연프로에 나왔던 노래들이다. 아무래도 힙합 하는 어른들의 노래이다 보니 -나는 쌔삥! 이라던가 -가서 조지라~는 등 다소 쎈 가사들을 설명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이 말은 이런 뜻인데 새로운 형태로 만든 말이며 초등학생 1학년인 너는 노래만 따라 부르는 것이 좋겠으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라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

-엄마, 왜 랩이 있는 노래에는 영어가 많아?

-글쎄... 그러게나. 왜 그럴까...

대충 건성으로 대답해 주다가 번뜩 잊고 있었던 그들의 노래가 떠올랐다.

장기하와 얼굴들!

말하는 듯이 노래하고 노래하는 듯이 말하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한참 좋아했었다. 그들의 노래를 아이도 좋아할 거 같아 처음으로 들려주었다. 몇 개 들려준 노래 중 제일 반응이 좋았던 것은 역시 -싸구려 커피-였고 가장 환호했던 부분은 장기하가 읇조리듯 랩을 하는 부분이다.

뭐 한 몇 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꾸무리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건지
저거는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금만 뛰어도 정수리를
꿍하고 찧을 것 같은데
벽장 속 제습제는 벌써
꽉 차 있으나 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최 치석은 빠져나올 줄을 몰라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아뿔싸 담배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2008) 중-
따뜻해

아이 덕분에 잠시 잊고 있던 현재까지 내 생애 최고 가수의 노래를 다시 플레이하고 있다. 오늘은 잠시 10여 년 전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2.12.7.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