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목요일

반집순이의 집 밖 나서기

by 덩이
건물 안에서 보는 푸른 하늘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집순이, 집돌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반집순이었다.


상상 속에서는 여기저기 전국방방곡곡을 다니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나는 귀찮음에 자주 지곤 했다.

예전의 나는 여행이 참 귀찮았다. 심지어 우리나라도 좋은 데가(잘 가보지도 않은 채 티브이에서나 보면서) 많은데 왜 해외여행을 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건물 안에서 보는 뿌연 하늘

결혼 이후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다음날을 위해 쉬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일요일 저녁에 광장시장으로 순대와 빈대떡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불쑥 바다가 보고 싶다며 계획에 없던 여행을 떠나자고 하는, 일 년에 한 번은 꼭 비행기를 타도록 하자는 신랑을 만나 살다 보니 이렇게 떠나도 저렇게 나서도 여행의 기억은 늘 즐겁고 재미있게 남는다.

그런데 이건 남편과 함께 할 때나 그렇고 나와 아이 둘만 있을 때는 -훌쩍 나서기-가 아직 잘 안 된다.

생각이 길어지고 많아지다 보니 나서기 전부터 조금 지친다. 가면 주차는 이렇게 하고, 밥은 저기서 먹으면 되겠고, 오가는 시간을 체크하며 아이와의 외출을 머릿속에서 그리다 보면 -다음에 갈까? 미루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겨울방학이니 아이와 박물관도 가고 체험도 하러 가고 싶다는 마음도 가득, 귀찮음도 못지않게 가득하다.


바뀌었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하다.

마음을 좀 더 가볍게 먹을 필요가 있다. 나는.

괜히 진지해지지 말고.

멀리서도 보이는 높디높은 너

오늘은 남편도 함께 했기에 아이를 위한 체험전시관을 부담 없이 평온하게 다녀왔다.


우당탕탕이고 동분서주하고 평안하지 않더라도 아이와 둘이 집 밖을 나서는 것을 미루지 말자는 것이 나의 겨울방학 숙제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3.1.11.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