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삼일에 걸쳐 시댁과 친정을 다녀왔다. 보냉가방 그득하게 어머니들의 마음도 받아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냉동실과 냉장실에 잘 정리해 둔다. 잊지 않고 모두 다 맛있게 해 먹으리라 다짐도 한다.
이번엔 알파벳 Z가 보이네
오늘 같은 날 저녁밥은 뭔가 새로운 게 먹고 싶다.고기와 회와 주류로 배를 가득 채웠던 지난 이틀간 먹었던 음식과 다른 것을.
점심에 스파게티와 피자를 먹지 않았다면 아마도 라면을 끓였을 거다.
내일 얼마나 추우려나
우리가 정한 것은 비빔밥이다.
양가 모두 차례를 지내지 않기에 고사리나 무나물이나 시금치나물을 싸 올 일이 없다. 그냥 냉장고에 있는 대로 당근과 양파와 호박을 꺼낸다. 채 썰어 소금 약간 넣고 물 약간 넣어 볶다가 다 익으면 생들기름으로 살짝 볶아 내고 그 남은 기름에 계란프라이를 한다. 갓 지은 밥에 볶은 채소와 김가루 얹고 김치 쫑쫑 썰어 넣고 계란프라이, 고추장, 깨소금, 참기름 넣어 쓱쓱 비비면 우리 집만의 간단 비빔밥이 된다. 떡국 한 번 더 끓여 먹으라고 엄마가 싸주신 쇠고기꾸미도 비빔밥 고명으로 넣어 단백질을 보충했다. 아삭아삭한 나물류의 섬유질 식감에 대한 아쉬움은 맛있게 잘 익은 김치가 채워주었다.
비빔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아이는 김치와 고추장은 넣지 않고 한 그릇 뚝딱했다. 기특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