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자주 해 먹던 요리 중 하나는 월남쌈이었다. 다양한 채소를 먹을 수 있고 맛도 좋고 어렵지도 않다. 채소를 다듬고 써는 게 조금 걸릴 뿐 따로 어렵게 조리할 게 없으니 간단하다. 고기는 굽거나 살짝 데쳐내면 된다. 야채는 다양하게 준비할수록 좋다. 당근, 양파, 오이, 상추, 깻잎, 파프리카, 양배추, 양상추, 치커리, 쌈채소 아무거나 다 괜찮다. 그중 방울토마토와 깡통 파인애플은 필수다. 쌉쌀한 채소의 맛에 감칠맛과 새콤함과 달콤함을 더할 수 있다. 메인 고기류로는 삼겹살, 불고기, 차돌박이, 닭가슴살, 햄이나 소시지, 게맛살, 훈제오리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족발은 한 번도 넣어본 적이 없는데 맛을 떠올리니 월남쌈의 단백질 주인공으로 꽤 괜찮을 거 같다.
소스는 파인애플 캔으로 금방 만들 수 있다. 달큰한 파인애플 국물에 멸치액젓을 두 숟갈 정도 넣고 청양고추를 쫑쫑 썰어 넣으면 매콤한 피시소스가 된다. 땅콩소스는 땅콩잼으로 대신한다.
커다란 쟁반에 채소와 과일과 고기가 푸짐하게 골고루 담은 한 상 가득한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끓인 물은 크고 넓은 사발에 담아 다 같이 사용한다. 첫 물은 뜨겁기 때문에 월남쌈을 반원씩 돌아가며 살짝만 담갔다 빼도 금방 분다. 물을 묻힌 쌈을 앞접시에 펼쳐놓고 나만의 한 입을 만들기 시작한다. 종류가 많아 조금씩만 넣어도 쌈이 너무 커져버리기 때문에 넣고 빼고를 잘 조절해야 한다. 소스만큼은 조절할 필요 없이 땅콩소스 양껏 넣고 피시소스 듬뿍 찍는다. 한 입에 넣고 볼이 터져라 씹으면 모든 스트레스도 같이 씹어버릴 수 있을 것처럼 씩씩해지는 기분이다. 쌈을 다 씹어갈 때쯤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 다음 쌈을 다시 적극적으로 준비한다.
-채소는 배 금방 꺼져.
-깻잎이랑 맛살 넣으니까 잘 어울리고 향긋하다.
-아우, 배 터지겠다!
-양파랑 당근이랑 요거 남은 것만 싸서 먹어치우자.
커다란 쌈을 입에 가득 넣고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었나. 웃겼던 일, 재밌었던 일, 황당했던 일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었지. 옛날에 언니가 이랬잖아, 니가 저랬잖아 어린 시절 얘기도 하면서 한참 깔깔대고 우리가 좋아했던 <무한도전>을 보며 행복했었지. 긴 하루를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은 큰 위로의 힘이 있었다.
결혼 초에 가끔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었다. 특히 즐겨보던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재방송이 나올 때면 그때가 더 생각났다. ‘그때 우리 참 재밌었는데’하면서 슬프고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우리 청춘이 다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이제는 가정을 꾸려(남동생은 아직) 각자의 가정에서 각자의 신랑과 아이들과 그 친목의 밥상을 차려 먹고 있다. 언니와 여동생과는 카톡에서(물론 남동생은 빼고) 서로 안부를 묻고 애들은 뭐해, 저녁 메뉴가 뭐야, 요즘 뭐 해 먹어? 대화하며 식탁 사진, 음식 사진을 찍어서 보내 준다.
-오늘 우리 이거 해 먹었어!
-맛있겠다. 우리두 담에 이거 해 먹어야겠다.
-저녁 맛있게 먹어~
언젠가 모여서 월남쌈을 실컷 먹으며 그 시절 얘기를 실컷 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했던 얘기를 하고 또 해도 즐겁다.
감자튀김도!
2022년 8월 23일.
우리가 다 같이 만난 게 언제였더라.
여름방학에 아이들 데리고 다 같이 보자 했는데...장염에 코로나 재확진에 그러고 나니 여름방학이 다 끝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