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이 되기 전부터 신랑은 아이의 방을 만들어 줄 계획을 세웠다. 지난주에도 아이 가구를 보러 다녀왔는데 오늘도 겸사겸사 외출을 했다.
오늘은 신비아파트 스티커북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가구 매장을 찾았다.
도착하고 보니 예전에 아이를 낳았던 산부인과 건물이다.산부인과 병원이었던 건물이 가구 매장으로 바뀌어있다. 병원은 대각선 길 건너에 새 건물을 짓고 이전을 했다.
가구 매장에 들어가니 당연히 골조는 그대로이다. 자주 가던 곳이라 그런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니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3층에 아이방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신랑의 기억에 따르면 분만실이 3층이었단다.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이 된 그 길었던 진통의 시간들을 잠깐 떠올려본다.
새 이웃 사촌
아이를 낳기 전까지 뭘 먹을 수 없어서 신랑이 사 온 바나나 우유를 병실 창문가에 올려두고 아기를 낳고 나면 저 우유를 시원하게 원샷하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아주 긴 시간 진통을 겪으며 머릿속으로 의미를 알 수 없는 직사각형을 계속 그렸던 이상한 기억은 비교적 또렷하다.
수많은 산모들과 아기들이 짧게 머물다가 떠나는, 빠르고 긴박하게 돌아가야만 했던 그곳이 이제는 오랫동안 제자리를 지켜야 하는 묵직한 가구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며 기분이 이상했다.
참 인생은 재미있다. 아무 연관 없고 의미 없는 사이에서도 이렇게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