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꺼내 먹는 2021년의 글 <읽는 먹방>

by 덩이

나는 요리에 있어서는 미니멀리스트에 가깝다. 간단히 해 먹자 주의다. ‘씻어서 썰고 끓이거나 볶아서 냄비째’ 정도까지가 내 한계치였다.

‘갈고 다지고 뭉쳐서 빚고 튀기고 데치고 멋진 그릇에 예쁘게 담는’ 것은 거의 하지 않았다. 결혼하고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함께 밥을 먹는 식구가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어나니 안 하던 것들도 조금씩 더 하게 되고 해야만 했다.

끼니때마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일은 꽤 고민스럽다.

우선 단백질이 들어가는 주인공 음식 하나를 결정하면 수월해진다. 다음 단계는 국물을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면 된다. 단백질 요리의 성격에 따라 된장을 끓이거나 채소가 주재료인 국을 끓이게 된다. 매뉴얼화된 짝꿍 음식들도 있다. 돼지고기 주물럭을 할 때는 된장찌개와 쌈채소를 곁들이거나 된장국에 양배추를 쪄먹는다. 돈가스를 튀길 때는 양파, 감자, 당근을 잘게 다져 넣은 크림수프와 마요네즈 듬뿍 넣어 버무린 야채샐러드가 짝꿍이다. 아이가 매워서 못 먹는 매운 김치찌개를 할 땐 계란찜이나 계란말이가 필수다. 이렇게 밥과 국물류와 갓 만든 반찬 한 가지에 김치나 밑반찬 한 가지 곁들이면 아주, 매우, 무척 훌륭한 밥상이 된다.

맛있게 밥을 먹고 나면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다.

한 가지 요리만 해도 도마와 칼, 팬과 조리도구를 하나 이상 사용해야 한다. 국이나 찌개를 더한다고 하면 냄비와 국자가 하나씩 더 나온다. 여기에 식재료들을 다듬고 씻고 손질하고 나면 개수대가 벌써 난장판이 된다. 미리미리 정리하면서 하지 않으면 나중에 설거지 거리가 한 가득히 쌓인다. 신랑이 본인이 할 테니 그냥 두라고 해도 내가 하는 것이 속 편하다.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설거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지, 습관이 된 건지 싱크대에 설거지거리가 쌓여있는 걸 그냥 두고 보질 못하겠다. 그릇을 뽀득뽀득하게 씻어 놓으면 개운하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많겠지만 설거지는 내가 꽤 즐기는 유일한 집안일이라 할 수 있다.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고, 먹고, 설거지까지 하면 짧지 않은 시간을 부엌에서 보내게 된다. 그래서 가끔 아이가 저녁으로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거나 신랑이 오늘은 나가서 먹을까? 그러면 참 반갑다.

사랑하는 내 가족을 위해 기꺼이, 즐거이 부엌일을 하고 있지만 가끔은 이 순서가 고되고 귀찮다. 음식을 하고 상을 차리고 밥을 푸고 국을 떠서 밥상을 차리는 것은 매우 이타적이고 커다란 애정이 필요한 행위이다.

-밥 해 줄게 먹고 가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분명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잡곡밥을 먹읍시다

2022년 8월 현재

밥상을 차리는 일은 익숙해지고 있지만 힘든 건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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