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 가지 일을 하느라 지친 신랑과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에 걸린 조카의 격리 수발을 드느라 고생한 언니네와 오늘부로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린 여동생네를 생각하다가 떠올린 음식이다. 엄마가 끓여주시던 고사리와 토란대, 숙주, 버섯 등 각종 야채들이 많이 들어간 육개장은 재료의 방대함과 국물의 깊이감 때문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음식이었는데 오늘은 꼭 지친 그들에게 해먹이고 싶다. 처음이니 좀 더 가볍게 정통 육개장 말고 고기와 대파 위주의 조리법이 좋겠다. 장바구니를 옆에 끼고 바로 검색을 해본다. 대. 파. 육. 개. 장. 어느 주부가 올린 영상을 보니 간단하다. 좋아. 이걸 기본으로 나만의 조리법을 만들자. 도전!
한우 사태를 넉넉히 사고 느타리버섯과 대파도 싱싱한 걸로 골랐다. 생강과 홍고추는 엊그제 겉절이를 만들고 남은 게 냉장고에 있고 무와 양파도 집에 있는 걸로 충분하다.
커다란 냄비의 물이 끓으면 고깃덩어리와 생강 작은 조각을 넣는다. 거품을 서너 차례 걷어내면서 계속 끓이다 보면 고깃기름이 두둥실 떠오른다. 번거롭지만 위에 뜬 기름을 몇 번 걷어내면 한결 마음이 편하다. 사태는 비교적 기름이 적지만 오래 끓여야 한다. 고기를 끓이는 동안 들어갈 채소들을 준비한다. 무는 얇고 넓적하게 썰고 양파는 반 갈라 자른다. 대파는 손가락 세 마디 정도 길이로 자른 뒤 세로로 굵게 채를 썬다. 대파를 많이 많이 넣어야 맛있다고 한다. 느타리버섯은 붙어있는 것들을 뜯고 큰 버섯은 결대로 찢어둔다. 홍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폭 끓인 고깃덩어리를 도마 위에 건져두고 썰어 둔 무를 먼저 육수에 넣는다. 고기가 한 김 식으면 칼로 얇게 썬다. 나는 무딘 칼을 쓰는 편이라 최대한 얇게 썬다 해도 조금은 도톰해진다. 결 반대로 썰면 조금 도톰해도 부드럽게 씹히니 괜찮다. 썰어 둔 고기는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와 국 간장을 넣고 주물럭주물럭하여 양념이 배게 한다. 무를 품고 끓고 있는 육수에 썰어둔 채소들과 양념한 고기를 몽땅 넣고 푸욱 끓인다. 처음엔 겉절이 양념처럼 생 고춧가루의 향만 나다가 어느 순간 채소의 즙과 고깃국물이 함께 어우러져 구수하고 칼칼한 냄새가 퍼진다. 모자란 간은 국간장이나 멸치액젓 또는 소금으로 더한다. 후춧가루를 조금 뿌리면 향이 더 풍부해진다. 끓여서 바로 먹는 것보다 식은 걸 한 번 더 끓여서 먹으면 국물이 진득해져서 훨씬 깊은 맛이 난다.
냉동실의 밥을 데워 한 대접 말아보았다. 이건 진짜다. 합격이다. 조미료 하나 없이 사 먹는 맛을 완성해냈다. 과장하자면 엄마의 손맛도 느껴진다. 내 음식을 타박하지 않고 먹어 줄 사람들이지만 맛을 보고는 더 자신감이 생겼다. 신랑 한 대접 먹이고 나서 통에 가득 담은 육개장을 이 집 저 집으로 배달해야겠다. 나의 육개장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피로를 물리칠 힘을, 병마를 물리칠 힘을 얻기를 바란다.
우리 집이 육개장 냄새로 가득하다.
이건 사랑의 향기다.
밥 두 공기
2022년 8월 첫 주부터 신랑의 첫 코로나를 시작으로 우리 가족은 두 번째의 코로나를 겪었다. 무려 아이는 재확진.
나도 다시 확진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가족의 끼니를 이주일 동안 차려내야 하는 부담감이 비슷했다면 너무 엄살이 심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