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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9.일요일

일요일 나들이

by 덩이
이제 나무는 온통 연초록이다

늦은 오후 집을 나선다. 늦은 아침을 먹었으니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다.

목적지는 시장이다.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시장에 가는 동안 거리를 구경한다. 신랑과 아이는 손을 잡고 시끌시끌 떠들며 가고 나는 뒤를 조용히 따라간다.

영업 중인 곳보다 폐업한 가게, 세를 준다고 써붙인 가게들에 눈길이 자꾸 간다.

다들 무슨 사연이 있겠지.

구름 한 점 안보인다.

시장 초입에 있는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와 순대, 어묵을 먹었다. 배가 고프니 맛있었지만 또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왜 들었을까?

시장 구경을 하며 아이는 떡집에서 꿀떡과 절편을 골랐고 신랑은 알감자만 한 찹쌀도넛 16개를 샀다. 길을 걸으며 먹는 설탕 묻은 도넛맛은 기가 막혔다.

-똑같이 다섯 개씩 먹었으니까 하나 남은 건 아빠가 먹을게.

아이는 그런 게 어딨냐며 설탕 묻힌 입술로 항의했다. 더 정확하게는 신랑이 6개, 내가 6개, 아이가 4개를 먹었다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귀여워라.

새로운 동네 공원에서 운동기구도 해보고 지난번에 왔던 청소년 센터에도 들러 한참을 놀았다.

집에 가다가 어딘가에서 맥주 한 잔을 해도 좋은 날씨다.

아름다워!

우리의 주말이 편안하게 저물고 있다. 모두가 그렇게 이 시간을 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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