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아침 밥상

2022년에 꺼내 먹는 2021년의 글 <읽는 먹방>

by 덩이

눈이 내릴 것 같은 겨울날 아침이다.

향긋하면서 매캐한 김 굽는 냄새가 네 남매를 살살 흔들어 깨운다.

일요일 아침에는 디즈니 만화를 봐야 하니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다. 우리가 옹기종기 모여 구운 김 향기를 마시며 만화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엄마는 밥상을 차리신다.

오늘 아침 반찬은 김장김치, 총각김치, 구운 김이다.

숟가락 뒷면으로 식용유와 참기름을 섞은 기름을 커다란 재래김에 스윽슥 바르고 소금을 골고루 뿌린다. 구울 땐 두 장씩 겹쳐 잡고 프라이팬에 구우셨다. 바삭하게 구운 김을 도마에서 칼로 자르면 서걱 하고 머리카락 자르는 소리가 났다. 커다란 접시에 김을 수북하게 담아 아침 밥상 위에 올린다. 장독에서 꺼내온 시원하고 아삭한 김장김치도 두 포기 크게 잘라 커다란 접시에 가득 담는다. 빠알갛게 잘 익은 총각김치는 무청을 자르지 않고 고대로 올린다. 막내는 매운 걸 못 먹으니 엄마는 김치와 총각무를 물에 씻어준다. 반찬 접시가 커다래서 세 가지 반찬만으로도 우리의 밥상은 꽉 찬다.

갓 지은 하얀 쌀밥은 그릇에 한가득 푼다. 첫 숟가락은 김에만 싸서 먹고 두 번째 숟가락은 김치만 올려 먹고 세 번째는 김치와 김을 같이 싸 먹고 네 번째는 총각김치 한 입 크게 베어 밥이랑 먹고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밥을 먹다 보면 몇 공기는 거뜬하게 먹는다. 한 공기는 아쉽고 두 공기째에 배가 좀 차고 세 공기를 비워야 든든하다. 그날의 아침 밥상은 아직도 맛있고, 군침 도는 명확한 기억이다.

밥공기를 다 비우고 나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네 남매는 밖에 나가서 눈 가지고 놀 생각에 신났다. 빨리 옷 입어, 장갑 어딨어? 분주하게 밖에 나갈 채비를 한다.

반찬 투정 없이 김치와 총각김치와 구운 김만으로 밥 몇 공기를 뚝딱 해치우는 자식들을 보며 그날의 엄마는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고마웠을까.

측은했을까.

아니면 비워진 쌀통을 혼자 또 무엇으로 채우나 생각이 깊어지셨을까.

탕탕탕탕탕수육

2022년 8월

오늘 우리 아침 밥상도

바나나를 곁들인 김이랑 밥과 김치

주말 아침 밥상 차리기는 진짜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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