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미역국 끓이기

2022년에 꺼내 먹는 2021년의 글 <읽는 먹방>

by 덩이

우리 집 국 베스트는 쇠고기 미역국이다. 아이도 잘 먹고 내가 가장 자신 있게 끓이는 국이기도 하다. 엄마의 조리법 덕분이다.

보통 쇠고기 미역국을 만들 때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아서 하는데 엄마는 다르다. 쇠고기, 물, 미역, 국간장 네 가지 재료만으로 맛있는 미역국을 만들어 내신다.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은 볶지 않아도 누린내가 나지 않고 감칠맛이 끝내준다.

우선, 끓는 물에 고기를 덩어리째 넣는다. 고기의 핏물을 따로 빼놓을 필요도 없다. 끓이면서 지저분한 거품이 올라오면 걷어내면 된다. 푹 삶은 고기는 건져내어 자르고 결 따라 먹기 좋은 크기로 찢는다. 불려놓은 미역과 찢은 고기를 육수에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끝~

얼마나 간단한가.

엄마표 쇠고기 미역국의 핵심은 고기를 덩어리째 끓여내는 것이다. 이건 쇠고기가 들어가는 국 모두에 적용된다. 우리 집 국 베스트 2위인 쇠고기 뭇국도 엄마의 조리법으로 끓인다. 그래서 국거리용 쇠고기를 살 땐 잘라놓은 거 말고 덩어리로 끓이는 게 더 맛이 깊다. 같은 양의 고기라도 덩어리 고기에서 더 많은 아미노산이 나오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맛을 흉내 내지 못하는 날이 종종 있다. 엄마의 네 가지 재료만으론 다소 맛이 부족하다 싶을 때는 다진 마늘이나 멸치액젓으로 국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엄마가 산바라지를 해주시던 그때, 새삼 엄마 음식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의 레시피를 공책에 적어두기 시작했다. 엄마가 간단하게 알려주신 건지 원래 간단한 건지 웬만하면 4번으로 끝이고 길어야 6번에서 ‘깨를 뿌린다’가 제일 긴 조리법이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조리법은 반찬이며 김치며 국이나 찌개 요리가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이렇게 엄마의 조리법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기를 낳고 난 뒤 다시 한번 깨달은 본능적인 생각이었다고 해야 할까......


언제까지 엄마 김치, 엄마 반찬을 먹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너무 슬프고 무서워진다. 엄마 손맛을 조금이라도 배워놓고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건 뭔가 모를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헤어짐을 미리 걱정하고 있는 나약한 이 딸내미는 따뜻하고 맛있고 배부른 엄마의 밥상을 더 오래오래 만나고 싶을 뿐이다.

구우면 군만두, 찌면 찐만두, 끓이면 물만두

2022년 8월 30일

오늘도 꺼내먹는 2021년의 이야기. 냠냠

2021년 익명의 글쓰기 모임에서 내 생에 가장 긴 글들 썼다. 그러면서 나의 마음이 자연스레 엄마의 밥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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