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22.목요일

인연 맺기

by 덩이
맑은 아침의 하늘이 푸르다

이 약속은 작년 어느 날 문득 시작되었다.

놀이터에서 알게 된 할머님과 나, 손주와 우리 아이의 이야기이다.

종일 이럴 줄

집 앞 놀이터에서 금요일만 빼고 저녁 6시 10분에 만나서 놀기로 한 약속을 오늘로 끝을 맺었다.

새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은 언제봐도 기분좋다

거의 일 년 가까이 그 시간에 만나서 놀았다.

원래도 잘 놀았지만 약속을 하고 만나서 노니 놀이터에 둘만 있을 때도 많아 더 끈끈해졌다. 두 살 차이의 아이들은 신비 아파트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통하는 게 많았고 싸우지도 않고 아주 재미있게 잘 놀았다.

둘이 노는 동안 나는 할머님과 대화를 나누었고 그 시간이 참 즐거웠다. 나에겐 굉장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어둑어둑해지네

하지만 저녁마다 그 시간에 맞춰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가끔 서로의 일정으로 놀이터를 쉬는 날이 반가울 때도 있었다.

가족이 유일하게 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저녁시간을 지키며 저녁 놀이터도 나가는 것이 버겁다 느껴졌다.

이런 생각이 몇 주째 계속되니 그 시간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또 비오네
다시 맑아지네

우리의 인연을 길게 가기 위해서는 지금 잠깐 섭섭해도 솔직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 말씀을 드렸다.

영영 이별은 아니지만 할머님 입장에서는 좀 갑작스러우셔서 섭섭하셨을 거라 죄송했다.

다음 달 장마철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끝을 맺자고 의견을 드렸는데 오늘 할머님께서 아이에게 이제 형이 바빠져서 매일 만날 수 없다고 미리 설명해 두었으니 확실하게 바이바이하자고 하셨다.

오늘 날씨 희한하네

그래서 오늘이 아이들이 약속해서 만나는 마지막 아닌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영영 안 만날 사이도 아닌데 마지막이라고 하니 내 기분이 조금 이상하고 미안했다.

다 놀고 나서 할머님의 인사가 울컥하기도 했다.

-인사하기로 했잖아. 그동안 놀아주어서 고마웠어, 형.

눈 코 입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다.

끝맺음을 웃으며 해주신 할머님께 감사하다. 다음에 만나서 커피 한 잔 나누며 제대로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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