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큰딸의 운전연습

by 산채

몇해전의 일이다. 주말아침이었고 산에는 가지 않았다. 작은딸이 무슨 시험인가 본다면서 준비를 하길래 아침밥도 챙겨줘야 해서 산은 다음주에 가기로 하고 자고 있는 큰딸을 10시 정도에 깨워서 함께 아침을 먹고 운전연습을 하러 갔다.

사실 주야가 취업을 했다. 운전이 조건이었다고 한다. 아빠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하니 도리없이 연수를 해주어야 했다. 자차는 없지만 회사의 업무용 관용차가 있다고 한다. 아빠차로 운전을 하되 다른 일정이 없는날인 하루전에 일일 보험을 넣어야만 가능하다. 다ㅇ소에서 구매한 초보운전 자석 스티커를 차량 뒤범퍼의 양쪽에 하나씩 붙이고, 공단 한바퀴를 아빠의 지시아래 돌면서 달성습지 부근에도 지나가 본다. 면허취득한지는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운전을 해야하는 이유도 없었고, 남편또한 가르쳐주려는 마음도 전혀 없었다. 되레 차 고장날 수 있고, 사고날 수 있고 딸들도 성인이니까 보험을 추가해야 되는데 보험료가 비쌀거 같애서 미리 거부를 했다. 그러면서 아빠 차 핸들 잡을생각 마라고 엄포를 놨었다. 그러던 어느날 차가 고장이 나서 폐차를 하고 교통이 급한 상태여서 완전 중고차로 우선 구매하고 부터 누구든지 연수 삼아 필요하면 차를 쓰란다, 그리고 큰딸은 지금 당장 운전이 필요한 상태이니 선뜻 차키까지 줄 기세다.

남편이 울산쪽으로 볼일을 보러 갔다가 집에 오는길의 ic 부근에서 차에서 드릉드릉거리고 속도도 40Km밖에 안나가고 이상한 신호를 보내더란다. 아차싶은 마음에 너무 당황이 되어 간신히 카센터를 찾아다녔는데 보이지도 않아서 도로한켠에 임시주차하고는 우리가 가입해 있는 자동차보험회사인 콜센터에 문의했지만, 휴일이라 상담은 할수 없고 견인차만 보낼수 있대서 견인차로 대구까지 왔다고 한다. 그리고 곧장 남편 지인이 중고차쪽으로 일을 한다. 남편의 기존 차는 비교적 흔한 차종이다 보니 매물로 나와 있는 차도 똑같은 차가 있었고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익숙한 차종으로 결정했다.

막상 큰딸이 아빠지시하에 운전을 하니 뒷좌석에서 바라보는 내내 핸들잡은 양팔과 어깨가 듬직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흥분하고 설레여 하는 모습에 아가때 보행기 타던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 보행기에 앉혀놓았을 때 방방방방 거리며 걸으면서 발로차고, 신나게 손으로 탁자도 치면서 방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모습이 보였다.

운전연습을 하면서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우아, 우아 하면서 액션도 넣고, 아빠한테 저 이마에 땀닦는 시늉좀 할께요 하면서 왼손은 핸들을 잡고 오른손 손등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도 닦는척도 하는데 귀엽고 웃겼다. 물론 부모가 옆에 있어서 지시를 해주니까 그대로 따라갈수 있다는게 참으로 가슴벅찼을 것이다. 나도 1년전에 공단에 몇 번 운전연습 하러 갔다가 내가 하기도 싫고 남편도 나의 운전실력이 늘지않으니 동행하고 싶지 않았던가보다 그뒤로는 핸들을 안잡는다. 나도 핸들 잡아보고 싶다고 하지도 않는다.

현이가 운전연습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당장 차 운전을 해야되는 상황이 아니니 나중에 연수시켜주겠다 하고 말았다. 여담으로 저녁먹고 현이가 나한테 슬쩍 한 얘기가 있다. 엄마가 퇴근하면 그때 운전연습 얘기해보자 했단다. 그러나 내가 퇴근후 무척더우니 씻고, 남편이 권해준 한잔의 시원 달달한 막걸리를 곁들이는데도 주야의 회사생활이 어떤지 얘기하다가 운전얘기가 나와서 현이한테 지금당장 운전할 필요 없으니 급한대로 언니먼저 연습시키자고 했던게 생각이 난다. 현이는 언니가 연습할 때 같이 옆에서 핸들한번 잡고 싶은거 같았다. 그리고 운전의 감을 느끼고 싶었나보다. 나 또한 연습하게 하고 싶었다. 일단은 당장 급하지 않으니 짬짬이 시간이 있을 때 연습을 하기로 했다.

남편은 친구들과 약주를 즐기는데, 잠깐의 자기의 시간을 할애해서 딸들한테 주는것도 고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운전을 할줄 알면 내가 직접 딸들데리고 동네한바퀴 돌아보겠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니 많이 아쉬운 감이 있다.

주야가 첫출근을 했다. 그리고 3일차가 지나는데 외부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일단 어설픈 운전실력이라 사수가 한번은 운전해주고 내일부터는 본인이 직접 하라고 하더란다. 얼마나 당황했을지 안봐도 그 상황이 눈에 선했다. 그런데 아빠와 엄마는 처음부터 주야가 운전을 해서 사수한테 지시를 받았으면 딱인데 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담번에 다시한번 동행해달라고 부탁하고 약소한 음료라도 한병 사드리고 바쁘시지만 옆에서 도와주세요 하고 부탁하라고 했다. 내가 은색경차(일명은경이)라도 몰줄알면 회사 하루 결근을 하든지 해서 쉬고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야의 근무 5일째 되는데, 외근을 나가야 되는데 사수를 보조석에 앉히고 본인이 직접 운전을 했다고 카톡이 와 있었다. 난 잔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야 남편한테 듣고 잠깐 카톡을 보니 운전했다는 내용이 있길래 당장 전화해서 축하한다고 걱정했던거 해결했다고 장하고 듬직하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리고 엄마가 못한걸 해내서 잘했다고 가슴벅찬 마음에 응원도 해주고 빗길, 눈길에 반드시 안전운전 하라했다. 그리고 나와 타인을 위해서 안전운전은 필수라고 강조도 했다. 정작 나는 운전은 못하지만 남들이나 식구에게는 무서워말고 당황하지말고 닥치면 그냥 하라고 한다. 무서워서 피하면 절대 내것이 될수 없다고 입으로 “말”로는 한다. 나도 무서우면 다른걸로 회피 하면서 말이다. 내딸 주야가 이제막 초보 운전이라도 운전을 시작했으니 훗날에는 베스트드라이버가 되어 있을지 누가 알까!

운전연습을 막 하다가 스몰토크로 여러 주제가 나왔다. 그 중 하나가 작업장에서 나만 업무의 중간도 파악을 못한걸 체감했다. 남들은 벌써 다른파트로 투입이 되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스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뒤늦은 깨달음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내가 한파트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하소연 비슷하게 동료한명 한테 얘기를 했더니, 여기저기서 도와주는 말들이 일을 하려면 어려운 파트도 해야되고, 나만 그 파트를 안하면 안되고, 안되도 죽기살기로 해야된다고 강한 말로 훈련을 해버린다. 정말 실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퇴근길에 동료선배랑 같이 오면서 날씨 얘기하다가 그 언니가 이사를 간다기에 언제가냐 물으니 이주후에 간단다. “잘 되었네요, 그리고 축하해요” 하고 작업얘기를 하니, 내가 어려워하는 파트는 반드시 손이 빨라야 되고 신입들이나 들어가는 곳이고 그 위부터는 일이 복잡해서 신입은 들어갈수 없단다. 그나마도 단조로운 파트이므로 신입이 들어가는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난 이미 두달이 넘어가니 너는 이미 경력자잖아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신입들이나 들어가는곳이라는 말이 살짝 부담이 간다. 처음에는 부속이 빠진걸 확인해서 조용하게 작업했는데 두 번째는 나도 바빠서 재차확인 못해서 다른 동료에 의해 발견이 되어 6개이상을 수정했다. 작업반장은 신입이 잘못넣은 부속을 내가 확인안했다고 나한테 야단치는거였구나하고 생각을 했다. 난 두달이 넘어가는 시점이므로 내가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갓신입때 선임들도 본인들이 나의 미숙한부분을 체크해줬기에 나도 연차가 지날수록 선임 입장이 될 수 있어 누군가의 부족한 부분을 내가 채워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토요일 주말 아침이다. 현이를 출근시키고 집안일 간단히 정리를 하고 문득 생각이 난다. 내가 이 직장에서 두달이 넘어간다. 이젠 신입이 아니다. 물론 수습기간이 3개월인데 적성이나 실력에 따라 추가로 채용을 하면서 4명이나 들어와 있다. 동기들은 다른파트로 투입이 된상황이다. 잘 안되는 파트가 있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막상 의자를 놓고 작업하려니 숙련자들은 금방 따라가지만 나는 겉도는 느낌이다. 사실 다른기업은 업무가 숙련이 될 때까지 기간을 준다고는 한다. 일부 기업은 작업자가 익숙해질때까지 시간을 준다는 얘기겠지! 내가 있는곳은 일이 급하다보니 숙지할 시간을 많이주지 않는거 같다. 그래도 일을 해야되니 내가 적응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계절은 아지랑이 가득한 폭염이지만 눈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푸릇한 나뭇잎 사이 상쾌하게 우는 매미들처럼 깔끔하게 일해서 여유롭게 2인분 해내는 사람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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