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어서 산에 갈 준비를 한다. 사실 산에 가기는 싫었는데, 안가자니 찝찝하고, 가려니 다리가 아프다. 그래도 한주를 맞이하고 시작하려면 무언가를 해야만 될 거 같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천천히 산에 갈 준비를 해서 나갔는데 날이 참으로 덥다. 바람막이 아웃도어를 입고 갔다가 산 입구에서 벗은 후 허리에 감싸서 질끈 묶고, 한발한발 앞으로 내디디며 올라갔다.
내가 현장직에 근무를 시작한지 이제 두달이 되어간다. 잔업은 선택이지만 물량 맞추기 위해서 몇 달은 필수로 하게 되었었다. 이제 곧 잔업도 마무리 단계라고 공지를 받았는데, 언제까지 잔업을 안해도 되는지는 사실 알수가 없다. 근무외 시간에 초과근무를 하다보니 피로도가 쌓이고 많이 예민해진 상태로 한주를 보내었다. 그래도 주말엔 휴일이 있어서 금요일 초과근무도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토요일 오전에 집안일 대충 해놓고 10시에 너무 졸려서 한숨 자야지 하고 자다가 문득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오후3시까지 푹 자고나니 피로가 풀려서 개운해졌다. 애야언니로부터 전화가 왔었지만 잠결이라 비몽사몽이라 졸려서 더 자고 나중에 통화하겠다고 끊고는 늦은 오후이면서 저녁시간이 다되가는 시간부터 집안일 정리를 하고 나만의 여유시간을 즐긴다.
워킹맘이 아닐때도 주말시간은 좋았다. 그러나 워킹맘이 되면서는 주말시간이 더 소중하다. 늦게까지 안자고 싶고, 많이 피곤하면 자야겠지만, 피곤해서 놓친 드라마도 한편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자투리시간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동기 모임이 있는데 내가 피곤해서 도무지 참석하지 못할 거 같은 마음에 친구한테 전화해서 이번모임은 참석못할거 같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는데 친구들 몇몇은 내가 있는 곳 인근까지 와줬었는데, 정작 나는 거리가 멀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못 가게 되어 미안하다고 하니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배려해줘서 고맙다고 얘기를 했다. 그러나 훗날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모임은 필요할거 같다.
인터넷으로 교통을 검색해 보니 1박은 해야하는 상황이다. 참석 못하겠다고 한 것이 잘 한 거 같기도 하고, 왠지 기차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인데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산에 가는 길은 천천히 올라가서 괜찮았지만 1헬기장정도에서는 다리아파서 널찍한 쉼터에 걸터앉아 쉬는 동안에 유엄마랑 잠깐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회사일이 현장이다.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는 있는데 하지만 물량 맞추기에 바쁘다 보니 벅찬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애로사항도 공유를 했다. 그래도 중도 하차할 때까지 잘해보자고 응원도 하고, 다음엔 혼자 산에 가려고 하지 말고 자기랑 함께 운동 겸 산책 겸 가자고 한다. 나도 흔쾌히 동행을 하자고 했다.
산에 오를 때는 힘들고 벅차지만 땀을 흠뻑 흘리면서 숨도 헐떡거리며 올라오니 기분이 상쾌하다. 가볍게 몸도 풀고 쉼터에 앉아서 쉬는데 멧비둘기가 앙증맞게 뒤뚱뒤뚱 걸어다니면서 산악인이 쉬면서 흘려놓은 간식 자투리를 먹는지 부리를 보니 조금씩 좌우로 움직이면서 딱딱 딱딱거리는 모습도 귀엽고, 더운데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오니 시원했다. 야생화를 보면서 예뻐서 잠시 보고 지나치게 되는데, 그래도 새로운 꽃을 보면 또 한컷 찍고 싶겠지만, 이젠 더는 찍을 만큼 신기하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주에 자귀나무꽃을 찍어서 마음이 놓인다. 산에 올라가는 길에 보니 자귀나무꽃이 지난주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았다. 꽃들이 제법 시들어 있었고, 꽃송이 주변도 빛깔도 서서히 누렇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다. 지난주에 셀프 카메라로 안 찍었으면 얼마나 아쉬웠을지 생각만 해도 서운하다. 나뭇가지의 굵은 가시부분을 피해가면서 가지를 부여잡고 몇 컷을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서 나름 마음이 뿌듯했다.
사람마다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다르지만 역시 산은 힐링의 장소이면서, 에너지충전의 장소이다. 그리고 산에 갔다 와서 땀으로 범벅이 된 등산티랑 바지를 벗는 순간 시원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이거야말로 세상이 다 시원하고 상쾌하다. 이런 맛에 산을 다니는 이유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