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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Oct 10. 2021

평양 자연박물관과 중앙동물원 탐방

불온한 미국아줌마의 당돌한 여행기


평양 자연박물관 공룡화석 모형

평양 자연 박물관


자연 박물관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우리를 맞은 것은 거대한 공룡 화석 모형이다. 화석 모형 앞, 자연 박물관을 안내할 학예사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이금주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안내할 안내원 ooo입니다. 반갑습니다.”


나를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안내원은 20대 중반의 여성이다. 밝고 경쾌한 어조가 듣기 좋다.

우리 바로 뒤에 있는 화석 모형에 대해 물었다. 

진짜 공룡 화석처럼 보이지 않는데, 모형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나의 예상대로 그것은 모형이었다.



학예사가 나를 제일 먼저 안내한 곳은 우주관이다. 우주의 대폭발로 시작된 지구의 탄생을 아주 사실적으로 시청각 기기를 이용해 잘 표현하였다. 천정에 은하계가 보인다. 우리 은하계가 떠 있다. 4000억 개의 별이 빛난다. 마치 우주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다.  보스턴에 있는 과학 박물관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우주의 시작, 빅뱅에서 지구 탄생까지의 과정에 대한 시청각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도 설치되어 있다. 생명기원을 알려주는 자료들도 있다. 학예사는 우주의 형성, 지구의 탄생, 생명의 기원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좋은 배움의 장을 제공한다.




                                                      평양 자연박물관-우주관





고생대관으로 이동한다. 고생대의 대표적인 동물화석과 식물화석의 표본들이 보인다. 그 바로 옆에 화석 발굴에 몰입하고 있는 고고학자가 눈길을 끈다. 부동자세로 전혀 움직임이 없다. 진짜 사람인지 모형인지 구분이 안 됐다. 사람일지 모형일지 궁금해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바로 앞에서 보니  모형이었다. 너무도 생생하게 표현해 모형인지 실물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땀까지 살아 있다. 관람하러 온 두 여성도  모형인지 진짜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대고 눈, 코, 입 하나하나 살핀다. 모형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계면쩍어하며 나와 학예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깔깔 웃는다. 실물과 너무 흡사해 진짜인 줄 알았다고 한다.  우리도 같이 깔깔 웃었다. 나도 진짜 사람인 줄 착각했다고 말했다. 너무도 정교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진 모형이다. 나 역시 놀라울 뿐이다.



중생대관의 공룡 전시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최신 컴퓨터 기기와 연결되어 음향효과를 극대화시킨 점이 특징적이다. 실물과 흡사한 공룡들이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마치 쥐라기 공원에서 막살아 나온 공룡을 보는 듯하다.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네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공룡이 나타났다고 울며 엄마품에 안긴다. 엄마가 아이를 달랜다. 아이는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공룡을 보고 겁에 질린 것이다. 얼마나 실물과 흡사했으면 아이가 놀라 울 정도다.



자연박물관의 모형 동물이나 모형 인간을 만든 제작자들의 기술이 실로 뛰어나다. 공룡 모형과 로봇이 소리를 내며 마치 살아 있는 듯 움직인다. 영화 <쥐라기 공원>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다. 관람객을 모두 공룡이 살았던  신생대로 초대한다. 유치원생에서 중고교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공룡관을 둘러보고 있다. 그들도 실물과 너무나 흡사한 모형과 로봇을 보며 감탄한다.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학습의 공간이다.


 




                                        자연박물관 고생대관의 움직이는 공룡모형



                                        최첨단 컴퓨터 기기를 이용한 자연박물관 동물관






신생대관, 동물관, 식물관 등을 다 둘러보고 자연박물관 견학을 마쳤다. 동물 진화관에서는 생태서식지 모형을 실제와 매우 흡사하게 만들어 생태환경에 대한 이해 및 학습효과를 높였다. 시청각 기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화석이나 실제 생태환경을 대신하였다. 대북제제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체 능력으로 이 정도 수준과 규모의 자연사 박물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 가히 놀라울 뿐이다. 



어려운 현실을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자연박물관에서 발견했다. 실제 화석을 구하기 어려운 여건이기에 모형화석으로 이를 대체하였고  최첨단 기기, 컴퓨터 설비 등을 활용해 실물을 대신해 전시효과를 극대화했다. 지구의 탄생, 생명의 출현, 동식물의 진화의 역사를 북이 가진 자체 기술력으로 실감 나게 표현하였다. 평양 자연박물관은 학생과 시민의 교육과 여가 공간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 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자연박물관 견학도 북녘 사회와 동포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귀중한 체험이었다. 



평양 자연박물관 탐방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입구에서 표를 받던 여성봉사원이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안내원을 부른다.


“안내원 동무, 이 보시라요. 내래..아까는 좀 심했습네다. 멀리서 오신 동포 선생님이라서 내래 특별히 드리는 겁네다.” 


안내원이 멋쩍은 듯 씩 웃으며 표를 받아 내게 전한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인간 사이에 불화나 다툼은 어느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다. 한발짝 뒤로 물러나 생각해보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한다면, 이렇게 쉽게 해결의 지점을 찾고 화해할 수 있다. 두어 시간 전 서로 목소리를 높여 언쟁하던 봉사원과 안내원은 자연스럽게 화해를 한 셈이다. 


안내원이 나중에 차 안에서 내게 전 한말이 그의 성격의 단면을 드러낸다.


 “내레, 봉사원 동무에게 제대로 사과하려고 그랬습네다. 긴데, 여성동무한테 큰소리쳤는데 사과를 하려니 쑥스러워서… 그만 기회를 놓쳤습네다.”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의 기색이 보였다. 사과를 할 타이밍을 놓쳐 아쉬워하는 안내원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평양에도 동물원이 있다


조선중앙동물원에 왔다. 평양 자연박물관 바로 옆이다. 이웃한 중앙동물원은 자연박물관과 건물의 디자인과 느낌이 비슷하다. 파스텔톤의 녹색 건물 가운데 호랑이가 입을 크게 벌려 포효하고 있다. 중앙동물원이 입구 모습니다. 으르렁거리는 표정의 호랑이이지만 그 모습은 무섭기보다는 귀엽다. 디즈니월드의 매직킹덤의 느낌을 불러오는 건물의 외관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디자인이다. 입구에는 단체로 관람온 듯한 소년단복을 입은 학생들과 가족끼리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붐빈다.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오는 곳이 동물원이다. 동물원에는 아이들의 꿈과 놀이 그리고 배움이 있다. 또한 동물원에는 가족의 사랑이 있다.  동물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북녘  동포들의 모습은 어떨까? 






                                                     평양 중앙동물원 입구  



                                             평양 중앙동물원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




동물원 입구에서 나를 반기는 얼굴이 있다. 중앙동물원 안내원이다. 20대 중반의 여성 안내원이 화사하고 발랄하다.  그의 안내가 시작된다.


조선중앙동물원은 1959년 평양에 세워졌다. 북녘 땅에 처음으로 생긴 동물원이다. 창립 당시에는 <평양 동물원>으로 불렸다. 그 후 확장과 개편을 통해  2009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이름도 조선중앙동물원으로 개칭하였다.  


이 동물원에는 약 2,700,000평방미터의 면적에 총 780여 종 약 4,000 ~ 6,000여 마리의 동물들이 있다. 8개의 동물관과 37개의 동물사를 보유하고 있다. 멸종 직전의 각종 희귀 동물 및 팬더, 백호, 조선 호랑이 (백두산 호랑이), 코뿔소, 얼룩말 등을 포함한 동물을 사육하고 있다.



본관을 통과해 수족관에 들어갔다. 한 벽면 전체가 수족관이다. 형형색색 물고기들이 헤엄친다. 두 여성이  이리저리 헤엄치는 물고기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높이 들어  움직이는 물고기의 사진을 찍는다. 나는 안내원의 안내를 받으며 수족관을 둘러본다. 관람객들이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며 즐거워한다. 보스턴이나 서울의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사람 사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돔 모양의 수족관이 보인다. 벽면과 천정이 수족관이다. 벽 안과  머리 위로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닌다. 머리 위에서 물이 쏟아져 내려올 듯하다. 보스턴에 있는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에서 본 수족관과 그 모양이 흡사하다. 머리를 들어 천정을 본다. 가오리 한 마리가 휙 지나간다. 파란빛 조명과 시각자료들은 이리저리 헤엄치는 물고기와 어우러져 신비한 바닷속을 연줄한다.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가족과 나들이 나온 아이들도 신기한 듯 머리 위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바라본다. 그들의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이런 최첨단 수족관이 평양에 있다니! 놀라움의 연속이다. 





                                        돔 모양의 평양 중앙동물원 수족관





해양동물, 양서류, 육지동물 등을 각각 다른 건물과 공간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해양동물관에서는 바다거부기(거북이), 바다말(바다사자), 물범(물개)등을 보았다. 해양동물관을 나오자, 건물 앞에 작은 조랑말이 눈에 들어온다. 어린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세계 어느 곳의 놀이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조랑말이 귀여워 한번 쓰다듬어 본다. 



몇 미터 앞에 소년단복을 입은 중학생 정도의 남자아이들이 보인다. 그중 한 명은 작은 반려견을 쓰다듬는다. 푸들이다. 행락객이 데려온 강아지인 듯하다. 주인을 찾아주려나 보다. 북에서도 주민들이 반려견을 많이 기른다는 글을 읽을 적이 있다. 동물원에서 반려견을 잃어버린 견주는 자신의 개를 애타게 찾고 있으리라.



야외 동물원으로 향한다. 벵갈범(벵갈 호랑이). 인디아 사자, 조선범, 사자, 흑곰, 하마 등의 동물을 보았다.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에 동물들도 축 늘어져있다. 무척 더워 보인다. 조선범을 보기 위해 한참을 기다리고 있다. 무더위에 지친 백두산 호랑이는 우리 속에 숨어 있다. 머리만 빼꼼히 내민다. 전신을 보고 싶다. 백두산을 포효하던 백두산 호랑이의 어슬렁거리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 몇 분을 기다리자 굴속 보금자리를 나와 우리 가운데를 어슬렁 거린다. 그리고는 자리에 벌렁 눕는다. 말로만 듣던 백두산 호랑이가 내 눈앞에 있다. 멸종위기에 처해, 귀하신 귀한 몸이다. 백두산 호랑이를 2미터 앞에서 본 것만으로도 중앙동물원 탐방은 대만족이다. 



                                                   평양 중앙동물원 동물전시구역




                                                  평양 중앙동물원의 백두산 호랑이




뜨거운 태양 아래, 야외 동물원을 다 돌아보았다. 갈증이 나, 시원한 아이스크림 생각이 간절했다. 휴식터라는 팻말이 보인다. Resting이라는 영어 표기도 병기되어 있다.  동물원분상점이라고 쓰인 매대가 있다.  안내원은 그곳에서 시원한 에스키모(아이스크림)를 샀다.  즉석 에스키모 한 개가 천 원이다.  8,000원이 1달러니, 대략 우리 돈 150원 정도다. 이곳에서는 에스키모라고 불리는 아이스크림은 우유에 풍미가 그득하고 아주 부드럽다. 더위에 지친 탓에 나는 에스키모 두 개를 그 자리에서 먹었다. 그래도 갈증이 풀리지 않아 청량음료인 수박 단물을 사서 마셨다.  고맙게도, 이날 청량음료와 아이스크림은 모두 안내원이 지불했다. 


말로나마 고마움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안내원 선생!”

“내 기쁨입네다” 안내원이 답한다. 한결같은 대답에 한결같은 마음이 느껴진다.


북녘 동포들에게 중앙동물원과 자연박물관 입장료는 각각 4000원이다. 남한의 원화, 600원 정도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동물원을 찾은 많은 평양시민들을 보았다. 그들에게 입장료 4,000원이 물가에 대비 부담 없는 가격인지가 안내원에게 물었다. 안내원은 일반 인민들이 충분히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가격이라고 했다. 외부 관광객에게는 다른 가격을 적용해, 나는 안내원 것을 포함해 모두 20불을 지불했다.


내게 강렬한 이상을 남긴 중앙동물원의 학예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풍부한 생물학적 지식과 달변에 매료되었다. 그의 전공이 생물학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전공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생물학이라고 하였다.  역시, 나의 추측대로다. 그는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북에서 만난 안내원들 모두 쉽고 재미있게 설명을 잘했다. 그들의 말은 간결하면서 조리 있다. 지식과 정보를 명쾌하게 전달한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무엇보다도 나를 감동케 했던 것은 마음으로 대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안내와 설명을 수백, 수천번 반복했음에도 나를 대하는 태도와 눈빛에 열정과 정성이 느껴졌다. 중앙동물원 학예사의 해박한 생물학적 지식 이상으로 그의 반짝이는 눈빛과 정감 넘치는 목소리가 오래오래 기억 속에 남는다. 안내원과 학예사의 만남 속에서도 동포의 정을 느꼈다.



                                                            평양 중앙동물원에서






                                                평양 중앙동물원에 온 중학생들





                                                    북의 아이스크림 - 에스키모





                                                평양 중앙동물원-나들이 나온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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