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상담 2회 차)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행복

by Nobody

1.

지난주 상담실에서 너무 펑펑 울어버린 일이 생각나서 민망했다. 선생님 얼굴을 어떻게 보나...?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내가 울었는지, 어쨌는지 모르실 것 같다. 하루에 엄청나게 많은 환자를 보시는데 일주일 전에 봤던 나를 기억하셨을 확률은 낮지 않을까.



2.

기다리는 도중에 상담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릴까? 궁금해졌다. 앞사람은 15분 내외로 했던 것 같다.



3.

드디어 내 차례, 다시 봐도 선생님 인상이 너무 좋으시다. 따뜻하게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 어쩌면 나는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4.

'지난주는 어떠셨어요?' 선생님의 질문에, 주신 약을 먹었는데 졸려서 금요일부터 먹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에 잠이 안 왔는데, 이게 약 복용을 중단해서 생긴 부작용일까 걱정했다고 답했다. 일요일 오전에 토익 시험을 보는 동안 졸릴까 봐 약을 안 먹었었다.



5.

회사에서도 졸렸냐고 물어보셔서, 지난 4월부터 휴직 중이라고 말씀드렸다. 오늘 오기 전에 자기소개서도 여러 군데에 썼다고 말씀드렸다. 이 말을 하면서 나는 칭찬을 받고 싶었는데 반응을 안 해주셔서 홀로 시무룩해졌었다. 약은 먹으면 졸릴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조절해주신다고 했던 것 같다.



6.

약 먹고 나서는 어떠했냐고 물어보셔서 약 먹는 동안은 괜찮았는데 어젯밤에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고, 무너졌다고 말씀드렸다. 1박 2일을 좋아해서 저녁에 가족들이랑 다 같이 보고, 알차게 운동도 하고, 씻고 방에 들어와서 혼자 쉬고 있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무너졌다. 울적한 기분이 들어서 이 기분을 떨쳐내고자 노래를 들었지만 더 우울해졌고 이유 없이 그냥 눈물이 계속 났다. 대체 눈물이 왜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그런 나 스스로가 또라이 같아서 너무 싫다고 말씀드렸다. 또라이보다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그냥 그대로 말씀드렸다. ㅎㅎ 아니, 저녁 잘 먹고 1박 2일 잘 보고, 운동도 하고, 씻고 개운한 상태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대체 왜 우냐고...


선생님께서는 또라이 같았다는 내 말에 살짝 웃으시며,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내가 왜 우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봐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다. 울컥한 이유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보라고 조언해주셨다.



7.

그리고 나는 이직으로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고 강하게 말씀드렸다. 일부러 나 자신에게 다짐하듯



8.

선생님은 지금 내가 좀 우울한 상태니까 좀 더 나아지고 나서 생각이 다시 정리가 되면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혹시 나중에 돌이켜보았을 때 후회할 수도 있을까 봐, 그걸 염려하셨다. 지금은 이게 나한테 엄청 크게 느껴지는데 나중에 다시 돌아보았을 때 '아, 그게 그렇게 큰 건 아니었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9.

나는 마지막으로 어제 갑자기 무너진 게 약을 임의로 중단해서 그런 건지 여쭤봤다.



10.

약은 엄청 크게 느껴지는 문제를 가볍게 느끼게 해 주도록 조금 도움을 준 것뿐, 그 문제를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고. 약을 먹지 않으니 다시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약이 마법의 가루는 아니라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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