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지승호와 인터뷰어 김호이와의 만남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인터뷰’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하면 “어렵다”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 역시 인터뷰어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선 지승호 인터뷰어를 만나 진짜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인터뷰어라는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예전에 ‘딴지일보’가 대중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저런 매체를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며 인터넷에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었는데 제보가 하나 들어왔었어요. 어린 학생이 친구들한테 맞았는데 일주일 후에 그 학생이 죽었어요. 그런데 폭행과 사망원인 간의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았어요.
피해자 부모님 입장에서는 억울하니까 여기저기에 제보를 했는데 별로 큰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지 아무 곳에서도 취재를 해주지 않았나 봐요. 그때 저는 학교폭력이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많은 글을 쓰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보를 받고 바로 취재를 나갔죠. 나가보니까 그게 다 인터뷰이지 않습니까?
학생 친구들 이야기도 들어보고, 선생님 이야기도 들어보고, 피해자 부모님 이야기도 들어보고, 의사 선생님 그리고 담당형사 그런 분들을 취재하다 보니까 사안에 대해서 깊고 생동감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 인터뷰라는 게 굉장히 재미있고 매력적이구나”라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뷰어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인터뷰를 한지 몇 년이 되셨나요?
A. 2000년도에 시작했으니까 19년이 되었네요. 지금까지 400명 가까이 되는 인터뷰이를 만났습니다.
Q. 지승호 씨의 인터뷰이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일단은 저 스스로가 사회에 대해서 발언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라 제 대신 훨씬 더 의미 있게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또, 사회에 대해서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하며 생각이 깊은 분들이 기준이고 다음으로는, 제가 좋아해야 하겠죠. 저와 인터뷰 단행본을 내게 되면 몇 달을 같이 보내야 되니까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지 않으면 사실은 그 시간이... 사실 한국에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에 대한 대우가 썩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그런 걸 다 감수하고 하려면 인터뷰이가 그만큼 좋아야 하겠죠.
Q. 인터뷰 요청은 주로 어떻게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A. 초기에는 감독님들을 인터뷰 하고 싶어서 관객과의 대화에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책도 드리며 섭외한 경우도 많았고 제가 오래 하다보니까 저한테 인터뷰를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꽤 계세요. 그거를 사실 잘 거절해야 하는데, 저한테는 꽤 오랜 시간동안 작업을 하는 기회비용이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한국사회가 특히 이 문화적인 부분에 관련해서 인건비 개념이 좀 없는 편이에요. “그냥 놀면서 하는 건데 내 얘기 좀 듣고 적어주면 되지, 그걸 왜 돈을 받으려고 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요즘은 그런 게 힘들죠. 최근에는 BTS (방탄소년단) 분들한테 관심이 생겨서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고 이러고 있는데 연결을 하는게 쉽지가 않네요.
Q. 인터뷰 요청을 하다보면 수많은 거절을 당할 텐데, 가장 어렵게 성사되었던 인터뷰와 인터뷰가 성사되었을 때 그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A. 어느 순간부터는 별로 거절을 당하지 않게 됐어요. 응해주실 거 같은 인터뷰이에게만 제안을 하는 거예요. 저는 이제 단행본 위주로 하다보니까 많은 작업을 못하기 때문에 한번 섭외가 되면 그 분하고 몇 달을 같이 인터뷰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요.
그리고 거절당하고 나면 마음도 아프니까 거절당했을 때도 상처 받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저하고 꼭 인터뷰할 이유는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포기하는 법도 익혀나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제일 감격스러웠던 인터뷰는, 2003년도에 했던 강준만 선생님 인터뷰예요. 지금이 강준만 선생님이 간혹 인터뷰를 하시지만 그때는 인터뷰를 안 하시기로 유명한 분이셨고, 거기다가 저는 그분 책을 보면서 그 분을 엄청나게 제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게 섭외를 할 수 있었죠.
그 분이 부산강연을 가셨을 때 “제가 부산에서 전주까지 차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라고 해서 납치하다시피 인터뷰를 했어요.
차안에 계시니까 도망갈 데도 없기 때문에 인터뷰에 응해주셨는데 그때 제일 감격스러웠죠.
Q. 가장 아쉬웠던 인터뷰와 다시 인터뷰를 하고 싶은 인터뷰이는 누구인가요?
A. 아쉬운 점이야 늘 끝나고 나면 “이 부분을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 때문에 늘 아쉽긴 한데, 지나고 난 일은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별로 후회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를테면 진중권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한국사회에서 매년 일어나는 다이나믹한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여쭤봐서 쭉 모아서 기록을 남겨 봐도 굉장히 재미있을 거고요. 제가 영화를 워낙 좋아하니까 송광호 배우님이나 이런 분들을 만나고 싶죠. 그런데 워낙 인터뷰를 안 하시는 분들이라 쉽지가 않네요.
Q. 인터뷰이들과는 연락을 하거나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나요?
A. 거의 안합니다. 사람들이 자꾸 인맥관리, 인맥관리 이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가 제 일을 계속 잘하고 있을 때 나중에 연락드리면 “지승호랑 또 한 번 인터뷰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제가 계속 연락드리고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이런다고 다음에 또 인터뷰를 해주는 건 아니거든요.
아주 나쁜 행동만 하지 않고, 이분의 경조사가 있을 때 찾아간다면 또 모를까 평소에 관리하는 편은 아닙니다.
물론 친해지면 이런저런 신경을 써주시는 건 있겠지만, 실제로 BTS를 섭외해야 하는 이런 큰일이 생기면 결국 본인이 돌파를 해야지, 누군가가 도와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봐야하는 거거든요.
[사진= 김호이 기자 ]
Q.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강준만 선생님 인터뷰가 기억에 제일 남죠. 그날 새벽까지 뒷풀이를 하면서 사람들하고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새벽 4시에 승낙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또 도망을 가시는 거예요. 도망을 가시는 걸 붙잡아서 강제로 아시는 분의 승용차로 모시면서 인터뷰를 한 상황이라 그게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거 같아요.
여러분 혹시 이번 지승호 인터뷰어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인터뷰어로서 지승호 인터뷰어의 인터뷰에 대한 열정에 가장 크게 놀라고 감탄을 받았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기사 작성 및 수정: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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