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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이 Mar 17. 2019

[김호이의 사람들] 지승호 인터뷰어 2부 인터뷰

"인터뷰는 팩트를 찾아가는 대화"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인터뷰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라고 하면 어려운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터뷰를 사람과의 대화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글은 지승호 인터뷰어의 인터뷰 제2탄입니다.


Q. 지승호가 생각하는 인터뷰란 무엇인가요?

A. 저는 기록의 측면을 제일 중요시 하는데요. 제 인터뷰가 어떻게 보면 팩트를 찾아가서, 팩트를 가진 사람들한테 물어봐서 스토리에 재미와 의미를 담아서 보여주는 과정이잖아요. 저는 그런 측면에서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예를 들어 가족 간에도 대화를 하지 않으면 서로 잘 모르잖아요. 그것도 일종의 인터뷰라고 생각하고 사실 모든 게 인터뷰라고 생각해요. 또, 제가 하는 인터뷰의 의미 중 하나는 “이런 변명을 들어보고라도 욕을 해라”라는 거예요. 우리는 기사화된 한마디로 사람을 너무 쉽게 단정 짓고 욕하거나 평가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그 다음에 그 사람을 판단하고 단죄를 짓든 뭘 하든 해도 늦지 않잖아요.

이를테면 재판을 할 경우에 그 사람의 전체의 평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한 행동에 일부를 가지고도 어느 정도 형량을 줘야 하는지 다투기도 하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왜 이렇게 쉽게 단정 짓는지 저는 모르겠거든요.


Q. 인터뷰를 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모든 기자가 인터뷰어지만 기자들은 아무래도 바쁘기도 하고, 인터뷰하러 갈 때 목적이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인터뷰이를 자신의 기사에 구겨 넣는 경우가 많고, 아무리 길게 써봤자 5매~7매밖에 안 되다보니까 그 안에서 어떻게 보면 좀 상처를 받는 인터뷰이들도 있고, 본인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왔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얘기를 잘못 받아들이면 기사가 잘못 나가는 경우도 많거든요.

얼마 전에도 나이 드신 중년 탤런트 분을 만났는데 자기는 인터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자기가 말한 게 왜곡 돼서 나가기도 하고, 안 나갔으면 하는 부분을 딱 빼내서 내보내기도 하고 그런 부분 때문에 기자가 요청을 하면 시니컬하게 인터뷰를 하는데 그게 옳은 태도는 아닌 것 같으니 어떻게 하는 편이 좋겠는지 여쭤보시더라고요.

요즘은 그런 기자들이 많지 않으니까 마음을 열고 말씀하시면 될 거 같고, 정 걱정되면 녹음기를 양쪽에다가 틀어놓고 하시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


Q. 지금까지 인터뷰를 못했던 사람 중에서 “이 사람은 꼭 인터뷰 하고 싶다”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어떻게 보면 선택이잖아요. 한 사람을 선택하고 나면 그 기간 동안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김정은 위원장 인터뷰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었어요. 가능하다면 굉장히 흥미로운 인터뷰이죠. 그 사람이 다 솔직하게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만약에 인터뷰가 나온다면 그 사람의 성격상 꽤 많은 정보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만약에 그쪽에서 한국 언론이랑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느낀다면 어쨌든 저도 후보 중에 하나는 되겠죠? (웃음)

Q. 인터뷰를 공개할 때 편집 없이 전체를 공개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고 인터뷰 답변이 길 경우 어떻게 하시나요? 
A.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전에는 아까워서 화 하나하나까지도 다 공개를 하는 편이었는데 그게 꼭 인터뷰이한테 좋은 것 같지는 않고요. 지금은 맥락을 살리되 줄여요.
요즘은 또 두꺼운 책을 안 읽는 추세라, 편집 할 수밖에 없죠. 줄일 수밖에 없고. 중복되는 얘기는 날려야 되고. 재미없는 이야기도 없애고. 전체적인 맥락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다듬는 거죠. 말하고 글은 또 다르기 때문에 말을 글로 옮기면 어색해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무한도전 자막만 봐도 되게 짧은 글인데도 조금씩 말투를 바꿔서 자연스럽게 하는데 긴 인터뷰는 훨씬 더 많은 고려를 해야죠. 

Q. 한사람을 인터뷰하기 위해 여러 번을 만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중간에 인터뷰이의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인해 중단될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A. 그럴 때는 맥 빠지는 거죠. 예를 들어서 회사 다니면 프로젝트가 망했다고 월급이 안 나오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프리랜서들은 프로젝트가 날아가면 그동안에 들인 공헌과 시간이 그냥 날아가 버리는 거니까요. 
그런데 사실 드문 일이죠. 한번 시작하면 어쨌든 끝을 봐야 되니까요. 상대방도 아주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제가 본인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자료를 보며 조사하고 시간을 내는 걸 아시기 때문에 대체로 마무리를 지어주시죠. 

Q. 지승호 씨의 경우 대체로 책이나 잡지를 통해 인터뷰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저도 지금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출판시장이 많이 어려워진데다가 사향산업이라고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출판사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들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제는 소스를 여러 군데 활용을 해야 하지 않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팟캐스트 하나를 하려고 해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새로운 뭔가를 기획해서 하려면 처음에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가 이게 하나 걸리면 포기하고 “하던 거 해야지” 이렇게 되다 보니까 쉽지가 않아요. 그런데 이제는 유튜브도 고민을 한 번 해봐야 될 거 같아요. 

Q. 인터뷰를 할 때 어려운 질문을 하기 힘든 상황 그리고 돌발 상황들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를 하시나요? 
A. 실제로 친구 간에도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화가 나서 분위기가 싸해질 때도 있고 그렇잖아요. 인터뷰이가 화를 낼 수도 있고 어쩌면 때론 모욕적인 얘기를 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인터뷰어는 못들은 척 하거나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야죠. 흔히들 인터뷰어가 굉장히 공격적으로 나가서 취조하듯이 해야 좋은 인터뷰라고 생각하세요. 흔히 오리아나 팔라치나와 같은 사람들이 공격적인 인터뷰어로 유명하죠. 그런데 오리아나 팔라치가 늘 공격적이었던 건 아니었거든요.
굉장히 예의바르게 하다가 전략적으로 이건 공격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겠다 싶을 때 공격적으로 하는 인터뷰어였던 거예요. 
인터뷰어와 같은 경우에는 대중들이 궁금한 건 물어봐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 질문을 안 할 수는 없죠. 
만약 물어봤을 때 상대방이 불쾌해하면 일단 멈춰서 조금 부드러운 질문을 했다가 한 30분쯤 지나서 약간 질문을 바꿔서 할 수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그게 상대방, 인터뷰이를 배려하는 거니까요. 

Q. 한사람은 인터뷰할 때 몇 개의 질문을 만드시나요? 
A.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요, 요즘은 아무리 짧아도 2시간짜리 인터뷰를 하니까 그 정도 인터뷰를 할 때는 50개에서 70개 정도 준비해요. 단행본을 할 때는 500개 이상 준비할 때가 많죠.

Q. 자신의 분야를 가지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을 흔히 챔피언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한국 인터뷰에 있어서 지승호 씨가 챔피언이라고 생각하는데 챔피언이 되기까지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A. 늘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죠. 제가 <인터뷰 특강>이라는 책 마지막에도 썼듯이, 저는 대한민국에 전문 인터뷰어가 저를 포함해서 한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형성이 안 된 것이거든요. 
사실 기자 분들 중에서 제 책을 읽고 기자가 된 분도 꽤 계세요. 그래서 저를 찾아와서 존경심과 같은 것을 표시하면서 파격적인 지면으로 저를 인터뷰해주신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좀 민망하죠. 혼자서 뛰고 있는데 뭐가 챔피언이겠어요. (웃음)
물론 인터뷰를 여기저기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이렇게 인터뷰 단행본을 오랫동안 낸 사람은 없잖아요. 저는 인터뷰이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김호이 기자님처럼 좋은 인터뷰어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그런 분들이 많아지면 정말 이 필드(시장)가 형성이 돼서 그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들께 도움을 받고, 나중에 “지승호라는 양반이 있었는데 참 열심히 인터뷰 했어” 그런 얘길 들으면 좋겠죠. 

Q. 인터뷰로 밥벌이를 하기 힘들지는 않았나요? 
A. 지금도 힘들죠. 사실 한국에서는 전업 작가로 먹고 살 수 있는 건 모든 분야를 통틀어봐도 몇 십 명이 안 되는 것 같고 정말 인세수입으로 먹고 사는 작가는 20명 정도라고 봐야 될 거 같아요. 그 외에 강연이나 방송출연 이런 걸 많이 해야 하죠. 
저의 경우 가끔 몇 년에 한 번씩 팔리는 책이 나와서 빚을 갚고 이제 좀 먹고 살 수 있나했던 과정이 2011년에서 2012년 정도 였던 거 같아요. 그 전에는 책도 안 팔리고 제가 강연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이걸 계속 할 수 있나?” 고민을 하는 중이죠.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뷰를 계속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이걸 제일 재미있어하고 그나마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했죠. 근데 그게 때로는 희망고문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다른 걸 해볼까하다가도 막상 이렇게 오래했던 일도 제대로 지리를 못 잡았는데 다른 일을 해서 자리를 잡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싶기도 해서 “한번만 더 해보자” 한번만 더 해보자“ 해서 여기까지 온 거죠. 

Q.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분야를 가지고 오랫동안 끝까지 달려 나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제 자신도 아직은 힘들게 버티고 있는 미생이라 누군가한테 열심히 하라고 하기도 그렇고요. 저도 계속 열심히 해서 자리를 잡아야 될 상황이에요. 
그런데 결국은 이제 어떤 일을 선택할 때도 본인이 결단해야 되는 거예요. 내가 잘할 수 있는지 부딪혀봐야 알 수 있는 거고, 직접 운동장에서 뛰어봐야 자기가 어느 정도 잘 뛸 수 있고 경쟁력 있는지 알 수 있는 거잖아요. 또, 체질에 따라서 빨리 발전하는 체질이 있고 아니면 발전이 더딘 체질이 있잖아요. 
사실 아직까지도 한국사회가 젊은 분들이 취직하기 어렵고 ‘헬조선’이라는 게 완전히 해소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아질 거라고 믿고, 죽을 거 아니면 해야죠.
  


[사진= 김호이 기자 ]


여러분 지승호 인터뷰어와의 인터뷰 제2탄은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터뷰에 있어서 중요한 스킬,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법 등 많은 걸 배웠는데요.

여러분도 이번 인터뷰에서 나온 인터뷰 스킬들을 일상생활에 접목시켜 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질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잠시 쉬었다가 질문을 하거나, 질문을 바꿔 질문하는 등의 스킬들을 이용하여 사람들과 더욱 원활한 소통을 해나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인터뷰 뿐만 아니라 지승호 인터뷰어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 신념을 갖고 나아가셨으면 합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기사 작성 및 수정: 김호이/ 김해온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김호이의-사람들-157157401429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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