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다, 부레 없는 우리-제3부 가족>
어머니는 외할아버지가 어느 날 집으로 데려온 언니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이모가 될 터이다.
이모는 어머니에게 너무너무 예쁜 언니였다고 한다. 차마 미워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너무 예쁜 처녀였다고 한다. 또 어머니가 유일한 여동생이어서인지 어머니에게만큼은 너무나 고운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모는 외가에서 오래 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외할아버지도 짐짓 모른척하시니, 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외가 동네와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로 일찌감치 시집을 가게 되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들만 보고자란 어머니는 예쁘디예쁜 언니가 몹시 그리웠다고 한다.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형부에게 간신히 배운 글로 편지도 적어 보냈다고 했다. 언니가 보고 싶다고.
이모는 시집간 지 오래지 않아 많이 아팠다고 했다. 미움도 사람을 병들게 하는 일인지. 그 많던 미움을 홀로 받아온 이모는 남편에게도 또 버림받아 어디 먼 곳으로 홀로 떠나 살게 되었다고 했다.
외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살고 있던 외가로는 돌아올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멀고 낯선 곳에서 차갑디차가운 마지막 젊은 숨을 홀로 거두었다고 한다. 그렇게 소식만 들었다고 한다. 찬방에 남겨진 예쁘고 젊은 언니를 누가 어떻게 하였는지 아는 사람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살아 있음의 증거가 없으니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어머니의 말들이 입속의 둥글고 슬픈 옛말. 옛말의 후렴처럼 맴돌았다.
어머니도 이모가 홀로 생을 마감한 그 먼 곳에 도착해 있었다. 강원도 원주의 어느 큰 병원이었다. 어머니 또한 가슴팍에 가득한 고름과 기침으로 오래도록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며 꿈인지 생시인지, 산 것인지 죽은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던 한 달여의 시간을 버티고 간신히 살아남은 날.
어머니는 내게 휠체어를 밀어 병원 옥상으로 가자 하셨다. 이모가 숨을 거둔 원주 시내 어디쯤을 눈으로 더듬으며 내게 얘기하셨다. 언니도 여기서 그만 그리되었다고. 여기 어디쯤이었을 거라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 또한 고비를 넘고 있었다.
도깨비의 머리와 가슴은
아주 투명한 공기로 가득 차 있다는
한밤에 범을 만나면
성난 황소가 주인을 지켰다는
사람이 죽으면
그리운 이의 곁에 잠시 머물렀다는
아주 먼 옛말, 옛말의 후렴
달빛조차 없던 밤
멀리 살던 언니는
마당가에 서서 하얗게 울었다
그 많던 기침도 하지 않았다
방 안에 있던 가족들은 숨죽여
언니가 떠나길 기다렸다
무섭고, 그립고, 서러웠던
시간의 경계가 없던
산 사람의 증거가 필요 없던
오래된 날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