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cing
그저 살아보는 수밖에 없는 삶처럼, 결단코 퇴고하지 않겠습니다.
충만하거나 경이롭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하늘이 말갛게 개어 유월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두 번째 바위산이 깨끗하게 보였다.
이런 날은 숨을 많이 쉬어야 한다.
나는 눈을 감고 자연이 주는 숨을 크게 받아들였다.
어떤 바람은 잠시간 나를 감싸고 흩어졌다.
구름이 사라진 세상에서 구름을 감사함이 되고,
별이 사라진 밤에, 별은 기적이 된다.
그럼에도 북쪽 하늘에는 어떤 별도 뜨지 않은 것인지, 나는 아무런 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밤하늘에도 구름의 질감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삶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영혼이 알고 있는 것을 기억해내느라 애썼다면,
오늘에야 비로소 영혼이 아는 만큼을, 나도 알게 되었다.
딱 영혼만큼 나도 성장했다. (진화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것 같지만, 그 단어가 가진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싫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앞뒤와 양옆으로 다른 세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상상할 수 있게 될 때에,
아니 어쩌면 들여다볼 수 있게 될 때에,
더 많은 것들이 명확해진다.
나는 애씀으로써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들을 가지기 위해 애써온 시간들을 보냈다.
동시에, 그렇게 애씀으로써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경험하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변해야 내가 애쓰는 대상과 애씀 자체가 달라지고, 그럼으로써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변한다는 것을 경험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내게 일어나는 일이 변하고,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이 변했다. 어쩌면 내가 그들을 다르게 보고 느끼고 인지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동시에, 내가 다른 존재가 된 이상, 내가 무엇을 누리는지가 중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게 되었다.
나는 이곳이 재미가 있을 거라는 기대로 왔다.
본디 문제라는 것은 골치 아프고도 흥미로운 것이어서, 그것을 해결할 때, 재미와 창조가 일어난다.
나는, 지금의 나는, 아직 재미있고 싶은 거다.
내가 하고 싶었다고 여겼던 일들이, 내가 해야 하는 일들로 바뀌었음을 알아차린다.
아니, 내가 하기로 되어 있는 일들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것을 알려고 얼마나 많은 시도들을 했던가.
모든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하나로 꿰어지는 경험이다.
심지어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하기로 되어있는지조차 나는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소름이 끼쳤다. 신이 난 게 분명하다.
내가 태어난 지 31년 하고도, 8년, 그리고 20일의 지점이다.
(동시에 그런 생각을 조금 하고 싶기도 하다. '네 놈이 이런 걸 재미라고 생각할 정도로 밖에 성장하지 못했구나, 더 이상 아무것도 재미없어질 만큼 질리도록 재미있어주마.' 그리고 물론, 나의 의도는 그 의도대로 행해진 것들의 효과와 결코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여러 편의 이야기를 쓰게 될 것이다.
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안아주게 될 것이다.
그들의 등을 두드려주고, 그들의 손을 잡아줄 것이다.
이 세상의 '존재'라는 것들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방향.
그곳으로 향하는 여정에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게 될 것이다.
나는 언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나라는 세상을 먼저 가장 이상적인 세상으로 구축할 것이다.
나는 우리가 모두 '하나'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대로 충분히, 넘치도록 가졌다고 여길 것이다.
그로 인해 무엇이든 내어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의 의미를 다시 한번 재정의할 것이다.
그것에 대해 감사와 찬사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안에서 경험한 세상을 넓혀갈 것이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나는 그렇게 될 것이고,
내가 모르는 동안에도 나는 이미 그래 왔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저 흐르듯.
내가 지금 하기로 되어 있는 것들을 기껍게 함으로써 나는 그렇게 되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