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살아보는 수밖에 없는 삶처럼, 결단코 퇴고하지 않겠습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 나는 그의 행성에 놀러 가본다.
혹은 그를 나의 행성에 초대한다.
어쩌면 그때 네가 했던 "나에게 그냥 내던져봐"라는 말이
너의 행성에 초대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너를 만나는 긴 시간 동안 너는 내 행성에 와서 지냈다.
함께 잡초를 뽑아내고, 흙을 다시 덮고, 풀포기를 심고, 꽃을 가꾸고.
나는 너의 행성에 거의 간 적이 없었다.
너는 내 행성에 오래도록 머물다가 이제는 네 행성을 돌봐야겠다며 내 행성을 떠났다.
어쩌면 너는 그토록 내가 네 행성에도 와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너를 만나는 내내 나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네가 내 행성에 와주지 않았다면 내 행성은 죽음을 향해 내몰렸을지도 모른다.
너는 나와 함께 내 행성을 되살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나는 네 덕분에 그 시간을 살았다.
나는 네 덕분에 그다음 시간을 살 수 있는 힘을 벌었다.
네가 떠나고 난 후에 또 다른 행성에 초대받은 일이 있었다.
나는 네 행성에 가지 않았던 것이 너무 미안한 나머지 그의 행성에 가보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행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나를 데려갔다.
나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네가 내가 해주었듯
나도 이 행성의 다른 곳곳을 함께 돌아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이곳에 홀로 남겨두고 사라져 버렸다.
나는 이 아름다운 곳을 벗어나는 방법도, 이 행성을 어떻게 돌아봐야 하는지,
나 혼자서 돌아보는 것이 허락되기는 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여기서 계속 그를 기다리거나,
나의 행성으로 돌아가는 일뿐이었다.
나는 결국 나의 행성으로 돌아왔다.
그 짧은 여행에서 나 역시 그를 내 행성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내 행성에 발을 디디지는 않았다.
그저 우주선을 타고 겉돌며 흥미로워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잠깐 그의 행성에 다녀오는 동안 내 행성은 다시 시들해지고 있었다.
나는 네가 떠났을 때만큼도 기운이 없는 상태로
다시 말라가는 나의 행성, 쓰러져가는 안식처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솔직히 너의 행성도 그의 행성보다도
나는 여전히 나의 행성이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곳들이 많고,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그의 행성의 나머지 부분들을 여행하는 것보다
나의 행성에 와서 살아줄 사람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의 행성에도 자주 가겠노라고.
그가 나의 행성을 가꿔준 것처럼 나 역시도 그의 행성을 함께 가꿔주겠노라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