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Maisie & Neville' by David Beats Goliath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우리내 삶이 언제 이리 변했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곳 런던에서는 아직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사람보다는 여전히 책이나 신문을손에 놓지 않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할 수 있습니다만. 10년전에 나는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위하여 인터넷 까페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지금은 길을 걸으면서도 얼굴보면서 통화를 할 수가 있더군요. 그 아련한 기억이 옆구리를 쿡쿡 찔러오는 듯 했습니다. 이 매거진은 조금은 불편했던 아날로그적에 삶에 대한 회고이며 그때에 우리들이 가치를 판단하던 방식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저는 MP3 세대입니다. 그러나 워크맨을 들고다니면서 테이프를 들어본적이 있습니다. 매달 학교 근처 가게에서 파는 그달의 인기가요 테입이나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구매해 본 적도 있습니다. 테입에 좋아하는 노래들을 내 멋대로 엮어서 녹음해 본 사람이고, 자신의 목소리도 녹음해 본 사람입니다. 늘어진 테입을 감기위하여 테입 구멍에 연필을 넣고 돌려본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아빠가 쓰던 흑백 핸드폰의 안테나를 뽑아본 적이 있고, 64화음에 카메라가 장착된 슬라이드 형식의 핸드폰을 가져본 사람입니다. MP3 플레이어를 오랫동안 써본 사람이고, 결국 스마트폰까지 쓰게 된 사람입니다. 예전에 MP3를 일일히 다운받아야만 음악을 소장할 수 있던 시절에는 내가 다운받아야하는 모든 노래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어야 했었죠. 그것들을 어디서 그렇게 들어서 또 알게 된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열심히 새로운 뮤지션들을 발굴해 내는데에 몇시간이고 아깝지않게 투자했더랬습니다. 그러다 이제는 음원사이트를 통해서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친절한 와이파이씨 덕택에 모르는 노래들을 너무나 쉽게 접하곤 합니다. 더이상 그것들을 애써 소장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맘에 드는 뮤지션의 신보가 나오면 그 앨범을 통째로 재생목록에 담아 반복하고 또 반복합니다. 당최. 몇번 트랙에 무슨 제목의 노래인지 알길이 없어졌네요. 만약에 이 음원사이트들이 없어진다면 제가 좋아했던 노래들에 대해 알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찾을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수십번을 반복해서 들었던 음악들인데 어떤건 심지어 뮤지션이 누군지. 제목이 뭔지 절대 모르더랍니다. 알아도 다른 노래들에 또 빠져들기 시작하면 바로 잊어버리더랍니다. 우리는 지금 이 음원사이트들이 없어질거라는 생각조차 하지않아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인터넷일까요. 모든게 빠르기만한 것이 인터넷인가요. 사실 그 엄청난 기술이 창조해낸 변화와 혁신들은 우리 삶을 참 많이도 바꿔주었지만 저는 더 오랜 시간을 들이고 더 영원하지 않아서.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었던 그때가 더 그립더랍니다. 차곡차곡 모여지는 테입과 CD들 그리고 직접 구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들어있는 앨범들. 그것을 보고 만지고 오랫만이네 하면서 또 들어보고. 시간의 떼를타는 것들을 저는 너무 좋아합니다.
제가 쓰는 글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가져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 저는 들어본 적이 없는 LP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가져본 적이 없는 삐삐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사용해 본 적이 없는 타자기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옛것이 너무나도 예쁘고, 어떠한 물건 뿐 아니라, 그것을 지녔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런 것들이 자꾸만 사라져가는 디지털화 문명의 시대에 회의감을 느끼며 시간과 공간, 유형과 무형, 그리고 불편함과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노스탈지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었습니다. 당연히 알고 있는 것보다 배울게 더 많던 사랑스러움을, 무엇하나 쉽게 되는 것이 없어 오랜시간을 오매불망 애를 쓰던 그 어여쁨을, 그리고 지금보다 더 소소한 것에 감사해하고 행복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마음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저는 동경하고 잊고싶지 않습니다.
Nudge Magazine을 읽는 당신이 당신의 삶에 녹아든 크고 작은 것들의 가치의 무게를 직접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기억 속에 먼지가 가득 쌓인채 빛이 바랜 장소, 표정, 공기의 온도와, 바람의 색깔, 그리고 당신의 마음을 찾아내보기를 바랍니다. 우연히 언젠가 당신이 길을 걷다 혹은 잠시 멈춘 어딘가에서 동봉된 CD에 담긴 노래들과 종이 한장 한장 사이로 풍겨져 나오는 냄새를 마주친다면 그때는 애쓰지않고도 지금 이순간을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를 다하여 저울질한 가치의 무게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조금 더 따뜻해 지는 시간이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