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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Nov 28. 2019

Editor's Note

첫 번째

그저 살아보는 수밖에 없는 삶처럼, 결단코 퇴고하지 않겠습니다.



친구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긴 날이다. 이기적이게도 그의 연애에, 그 자신보다도 더 크게 화를 내다가 나의 연애에 감사해하게 된다. 나이를 들다 보면 더 이상 내 얘기를 털어놓으려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된다. 그저 삼삼오오 둘러앉아 일상의 얘기들을 듣노라면, 나 정도는 잘 살고 있는 편이구나 하는 이상한 위로를 받고 온다.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얻는 가치는 여기에서 생겨난다.


나는 그에게 어쩔 수 없이 해버린 말들과, 어쩔 수 없어 하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다가 오랜만에 브런치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늦은 퇴근길, 집 근처 산책로를 걷는데 새삼 많은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듣는 것조차 지친 삶이라 여겼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퇴고하지 않는 글들이 많다. 작품이 아닌 스케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순간의 기록이, 서투름의 매력이 글에서도 가능한 일인가. 그러나 기필코 퇴고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쓰면서 지우는 경우까지는 이해해주기를, 하지만 두 번 읽어 고치지는 않으리.


퇴고하지 않는 삶을 산다. 익숙한 일상처럼 보여도 매일이 처음이다. 2019년 11월 28일도 처음이고, 2022년 3월 28일도 처음일 테다. 매년 걸리는 감기도 매번 처음처럼 아프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도 매번 새롭고, 반복되는 출근이란 들 매번 예상할 수 없다. 익숙할수록 가볍고, 서투를수록 아플 뿐이다.

그런 가볍고 아픈 글을 기록해보려 한다.


생각보다 여러 차례에 걸쳐 Editor's Note를 써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서투른 그 첫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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