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철 Nov 08. 2019

2년 차 인하우스 마케터가 스타트업에서 배운 세 가지

직접 해보고 말하는 마케팅-(5)

프리랜서 생활을 전전하다가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새 2년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벌써 두 곳의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프리랜서로 사는 동안, 크고 작은 성취를 이뤄냈지만, 혼자 일하는 생활은 너무 외롭더라. 혹시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프리랜서 혹은 이제 스타트업에 발을 담가보려 하는 신입/경력 마케터가 이 글을 읽을 것을 대비해 인하우스 마케터로 생활하면서 느낀 점들을 적어보려 한다.



1. 스타트업 마케터로서 가장 중요한 스킬은 광고 관리 스킬이 아니다.
- 이건 진짜로 프리랜서 생활을 해봤으면 이미 알고 있을 것 같다. 특히 주요 클라이언트들이 영세하거나 몸집이 작은 스타트업이었다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든 구글 애즈 광고 대시보드든, 보이는 데이터는 그냥 결과다. 좋은 결과를 만드는 건, 광고 관리 스킬보다는 무거운 엉덩이, 디자인, 개발 역량 혹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더라. 내 경험상 KPI가 100일 때 그중 90은 캠페인 구상의 정교함,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 그리고 명확한 성과 측정 및 개선을 위한 개발(자와의 소통)이 만들어 줬다.

머리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오른손으로 소재를 만들며, 왼손으로 광고를 등록한 뒤 입으로는 개발자들과 대화했다. 그랬더니 스타트업 마케터가 되었다.


2. 광고 관리 스킬은 X나 중요하다.


- 잘 구상된 캠페인,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성과 측정으로 KPI의 90을 달성했다면, 나머지 10 혹은 초과 달성까지 이끌어주는 건 광고 관리 스킬이다. 내가 경험한 스타트업은 대부분 KPI를 실질적인 목표보다 조금 높게 잡았다. 초과 달성을 목표로 하면 최소한 실제 목표에 근접한 결과를 낼 수 있고, KPI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게 도움을 준다. 그렇게 책정된 KPI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축적되어 회사의 가치와 내 몸값을 올려줬다. 그래서 광고 관리 스킬은 X나 중요하다.


광고 관리 스킬을 강화하기 위한 팁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는 것이다. 나는 페이스북 광고로 앱 마케터 경력을 시작하고 바로 좋은 성과를 냈다. 그렇게 죽어라 페이스북만 파다가, 내가 운영해야 할 광고 예산이 올라가고 페이스북에만 올인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고 나서야 UAC도 해보고, 체험단 포스팅도 쭉 깔아보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당신이 UAC를 집행해야 하는 이유)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거 예산 적을 때도 노가다로 어느 정도 시도해볼 수 있는 거였잖아?'였다. 물론 예산이 뒷받침될 때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단기간에 양질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한다. 그렇다고 '예산이 부족하니까 한 우물만 파야지'라고 생각하면 하루하루 바뀌는 광고 시장에서 금방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그걸 깨닫고부터는 가능한 한 예산의 일부를 테스트 비용으로 빼두는 습관이 생겼다.

3. 고급 정보를 아낌없이 주는 사람들이 진짜 너무너무 많다.

- 광고 관리 스킬을 향상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은 주변 마케터들과 자주 교류하는 것이다. 그간 다양한 캠페인들을 운영하면서 진짜 머리가 짜릿 해질 정도로 도움이 됐던 정보들은 99%가 마케터들끼리 모인 단톡 방이나 술자리에서 나왔다. 1%는 책에서 나왔다.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마케팅 지식도 당연히 챙겨야 하지만, 솔직히 스타트업 마케터는 당장 내일 길거리로 나앉을 수도 있는 환경에서 원론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은 책에서 찾기 어렵더라. 광고 관리에 필요한 단편적인 정보들은 몇 달 혹은 며칠을 주기로 리뉴얼되는데 그런 정보들은 커뮤니티를 통해서 확산된다. 그중에서도 진짜 고급 자료들을 자일리톨 껌 하나 던져주듯 알려주는 분들을 몇몇 뵈었다. 그분들도 '이렇게 휙 던져줘 버리면 받는 사람들도 그저 그런 정보라고 생각한다'라는 걸 아시더라. 그러면서도 습관처럼 정보를 알려주고,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에 의해 그분들의 브랜딩이 단단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걸 직접 목격했다. 그런 분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도 뭔가 알아내고 나면 자랑하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진다.

나한테 정말 좋은 정보를 주신 귀인 분들은 대체로 고양이를 좋아하시며, 술을 매우 잘 드신다. 술자리에서 좋은 정보를 들어도 다음날 반밖에 기억이 안 날 수 있으니 주의.


고등학생 시절보다 짧은 기간 동안 배운 것들을 압축해보면 이 정도인 것 같다. 그동안에도 늘 시간이 촉박해서 그간의 경험을 되짚어보는 건 처음이다. 앞으로는 더 바빠져야 할 텐데, 이런 글을 또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바쁘게 지내다가 5년 차쯤 또 한 번 해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