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나 인테리어, 음식에만 유행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결혼식에도 유행이 있나 보다.
불과 몇 년 새 가족식이나 스몰웨딩으로,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에 맞게 결혼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다.
물론 하객수만 스몰이지 비용은 라지인 경우도 종종 있어서 스몰웨딩 자체가 비난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결혼식 하객 알바를 고용하거나 생전 처음보는 사람에게 잔소리 같은 주례를 맡기기 보다
신랑, 신부가 온전히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식장을 꾸미는 일은 그 정성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하리라.
간혹 결혼에 필요한 비용(집, 혼수, 예단, 예물, 결혼식 등)을 감당하기가 버거워서
결혼이라면 손사레를 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특히, 단 하루 결혼식을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비용과 준비시간의 압박,
그 많은 빈 자리를 메꿔야 할 하객 섭외를 생각하면 결혼식이 부담스럽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 역시 결혼전에는 그랬다.
요즘 말로 ‘흙수저’인 나에게 결혼이란, 올려다 보기에도 목이 아픈 ‘산’과 같았다.
그나마 10년이 넘는 직장생활로 경제적 기반은 마련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존의 결혼식 문화에 나는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못 먹고 못 입고 사는 시대도 아닌데 예단과 예물은 왜 해야 하는지,
집집마다 걸려있는 비슷한 웨딩 액자 몇 개를 위해 하루 종일 안면이 마비되게 웃고,
결혼을 축하해 준 사람 얼굴은 기억도 못하면서 누가 얼마를 냈는지는 기가 막히게 기억해 내는
이상한 나라의 결혼식.
결혼식이 끝나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평생 한 번 이니까 이렇게 하지, 두 번은 절대 못할 일이야."
'평생 한 번 뿐인 결혼식인데, 왜 이렇게 해야 하지?' 나는 의문이었다.
내 의문에 답이라도 하듯 몇몇 친구들은 결혼식을 회상하며 말했다.
"나는 스몰웨딩이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 축의금은 어떡할 거냐고 노발대발 하셨어."
"결혼은 나 혼자 하는게 아니잖아. 남자친구는 가족식을 원하지 않 더라고."
결국 '나'는 나만의 결혼식을 원했지만, '나'의 뜻에 찬성표를 던지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
나와 남편은 많은 사람들의 축하 대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마쳤다.
자랑거리로 쓰일 것같은 예단과 예물은 생략했고, 양가 부모님은 결혼식으로 상견례를 대신했다.
평일 점심에 10명의 직계가족만 모인, 아주 작은 결혼식이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결혼식이라면 매 년이라도 할 수 있을 것같아!"
결혼식이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방과 가족의 의견이 중요하다.
반대로 상대방이나 가족에게도 '나'의 의견은 중요하다.
내가 그리는 그림을 보여주고 때론 지워 내기도 또 때론 채워 넣기도 하는 것이 결혼식 아닌가.
그런 과정을 온전히 겪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결혼식의 그림을 완성하려는 노력을
우리는 얼마만큼 하고 있을까.
그렇게 노력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성숙한 어른으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을까.
주변의 의식과 비용이라는 현실 앞에 결혼식의 겉모습에만 치중하다 보면
결혼은 그저 넘지 못할 '산' 처럼 치부될 수 있다.
결혼을 결심했다면, 서로의 생각과 주어진 상황을 바로 보며 결혼식의 이면을 들여다보자.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들에 대해 소신껏 이야기 해보자.
그리고 우리만의 세상 하나뿐인 결혼식을 그려 나가보자.